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어떤 시나리오를 펼칠지 세계 반도체업계와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양사의 이번 제휴로 출혈경쟁이 줄어들고 업체들간 단합구도를 이끌어내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D램산업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감산 등 공급량 조절=양사의 제휴는 일단 전체 D램시장에 대한 공동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데서 감산 등 수급 조절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양사의 통합 시장점유율이 35%가 넘어 삼성전자(30%)보다 높아지면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기 때문에 PC업체 등 고정거래선 가격인상 등의 협상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또 더블데이터레이트(DDR)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재편하고 범용 D램의 가격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공급량 조절을 포함한 광범위한 마케팅 전략을 함께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의 지분참여 가능성=유동성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하이닉스로서는 마이크론으로부터 지분참여 등의 형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제휴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부채비율이 27%대로 하이닉스(286%)보다 대폭 낮고 현금 여력도 있어 하이닉스로서는 일부 지분을 주고서라도 마이크론을 재무개선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현재 채무조정으로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대주주로 부상했지만 채권단이 경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채권단과 마이크론과의 지분관련 내용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마이크론의 대주주 부상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합병은 최후 시나리오(?)=증권가에서는 일단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양사의 실적이 최악인데다 합병이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은 지난 4분기(6∼8월)에 주당 96센트(5억76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한 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와 비교해 79.2%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7억2600만달러 흑자에서 5억75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폭이 매출액을 상회했다.
하이닉스 역시 5310억원이나 영업손실을 보고 순이익 손실도 1조62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주주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의 지분참여는 가능할 수 있지만 마이크론의 주주들이 하이닉스와의 합병에 대해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지분참여를 고려하더라도 사전에 채권단과 감자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있어 이 역시 단기간에 결론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술제휴 등 윈윈전략이 결론=양사는 감산을 바탕으로 가격하락을 막는 수급조절에 나서면서 적은 비용을 투입해 D램시장에서 선도력을 가질 수 있는 차세대 기술 및 공정기술 개발로 협력모델을 그릴 것이라는 게 일부 D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퇴출을 걱정하던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입장으로의 전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마이크론도 내년 설비투자 18억달러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생존경쟁에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감산불가·반덤핑 및 WTO 제소 등을 펼치며 ‘경쟁사 죽이기’에 나섰던 D램업체들은 벼랑끝에서 손을 맞잡는 공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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