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웃` 캄보디아](하)IT한류 가능하다

“한국 가전제품이나 휴대폰을 갖고 있다는 것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큰 자랑거리입니다. 부와 명예의 상징이라고 할까요.”

 7년째 프놈펜에서 살고 있는 유니SQL캄보디아나 강문철 지사장은 캄보디아에서 한국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삼성, LG 등에서 내놓는 한국기업의 제품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명품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한다.

 인터넷카페와 IT상점들이 비교적 밀집해있는 프놈펜 문리붐 거리에서 이동통신대리점 체인인 모비텔 매장 3∼4곳을 들러봤다. 이곳 점원들은 에릭슨, 노키아 등 일반 단말기가 100달러 안팎인 데 반해 삼성 애니콜 듀얼폴더는 무려 300달러 이상을 넘어간다고 했다. 가장 비싼 단말기를 보여달라고 했더니 역시 삼성 단말기를 보여준다.

 “갖고는 싶지만 가격이 높기 때문에 그냥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한 판매직원의 말이다. 가끔 이를 본떠 만든 모조품이 싼 값에 유통되기도 한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한국 가전제품도 중산층 이상으로부터 상당히 인기가 높은 편이다. 물론 한국가수의 노래나 한국 자동차도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기업이나 상품의 캄보디아 진출이 많지는 않지 않은 데 반해 캄보디아에서의 한류는 비교적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단품위주 개인소비재 부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캄보디아 IT산업 전반에 한국의 모델을 심는 이른바 IT한류가 가능할 것인가.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의 주변국가들을 한국 IT산업의 제2시장으로 묶어내는 것이 실현가능한 시나리오인가.

 한국전산원에서 국내 기업의 IT수출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화지원단 박원재 국제협력팀장은 “몇 개월 동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을 돌아본 결과 이들 국가에서 한국의 IT기술이나 발전모델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회요인과 위협요인을 잘 분석해 대처하기만 하면 가시적인 성과물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IT를 통해 단기간내 고도성장을 이루려는 이들 정부의 의도에 가장 들어맞는 모델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오랜 기간 동안의 식민지통치, 전쟁, 정치분쟁 등으로 정치·경제적 후진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IT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식민지 지배와 전쟁이라는 자신들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이 짧은 기간내에 높은 성장을 이룩한 것에 주목하는 것. 캄보디아 국가정보통신기술발전위원회(NiDA) 리우드 국장이 한국의 IT모델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이나 일본식 모델을 참조하기에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고 말한 것에서도 이 같은 배경이 이해된다.

 최근 한국컴퓨터통신이 수주한 캄보디아 행정전산망(GAIS) 프로젝트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 사례다. 캄보디아 정부는 2000만달러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국방, 건설, 재해방지 등으로 정부 IT프로젝트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위해 1억달러(약 13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일본이나 프랑스 등의 공세가 거세겠지만 한국기업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큰 데다 한 국가의 핵심 정보시스템인 행망과 기반DB를 장악한 만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를 비롯한 이 지역 국가들의 경우 IT산업을 정부주도로 육성하고 있는 데다 이들 인접 국가간 상호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국식 IT모델 확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캄보디아측 정부 인사들은 베트남, 라오스 등의 정부 담당자와 만나면서 자국의 행정망 프로젝트에 대한 파급 및 기대효과를 수차례 강조하는 등 인접 국가들이 비슷한 유형의 IT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도록 바람몰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의 값싼 노동력과 한국의 IT기술 및 노하우를 결합할 경우 비용적인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가의 기업들이 확보할 수 없는 비교우위를 동남아 시장에서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아직 이들 국가에 관심을 갖는 전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 그리 많지 않아 비교적 경쟁이 수월한데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이들 국가가 상대적으로 IT종주국인 미국의 영향력을 덜 받고 있다는 점도 한국기업에는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를 실제 한국 IT 수요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주도면밀한 움직임 필요하다. 우선 무엇보다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사전작업을 벌여야 한다. 적어도 2∼3년 가량은 투자한다는 계획으로 진출해야 하며 민간기업 기반이 취약해 정부주도형 IT프로젝트가 대부분인 이들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기업 차원에서 해당 국가 정부 인사들과의 긴밀한 접촉과 교류는 물론 우리나라 정부의 지속적인 IT외교도 필수적이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후진국이라고 해서 한물간 기술이나 제품으로 재미를 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 이들 지역의 경우 늦게 IT에 눈을 뜬 만큼 이를 보상받기 위해 오히려 최신 모델, 첨단 기술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국내 모 기업의 경우 몇 년전 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3∼4년전 유행한 모델을 들고 왔다가 “우리는 무시하는거냐”는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IT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세수확보나 정치적인 입지확대 등 이들 나라에서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국가 운영시스템 측면에 주목해야만 가시적인 효과가 훨씬 빨리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놈펜(캄보디아)=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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