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커스> 매크로영상기술 박희복 사장

 초고화질 디지털 방송으로 알려진 HDTV 방송이 SBS를 통해 지난달 첫 전파를 탄 후 새로운 차원의 영상세계에 목말라하던 일부 소비자들은 TV와 세트톱박스 구입을 위해 전자상가로 뛰어갔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TV는 널렸는데 세트톱박스는 눈씻고 찾아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삼성과 LG의 세트톱박스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이때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매크로영상기술이라는 중소기업의 프로HD(MDR-100). 가격이 대기업 제품보다 50만원이나 저렴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믿고 사도 될지 반신반의했다. 고장나서 속썩이면 어쩌지. AS 안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매크로영상기술(http://www.DTVsolution.com) 박희복 사장(41)은 걱정말라고 장담한다.

 “DTV 기술에 관한 한 저희 매크로영상기술은 신생기업이 아닙니다. LG전자 DTV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HDTV용 1∼ 5세대 칩을 개발했던 쟁쟁한 엔지니어들이 19명이나 포진해 있지요. 지난 3년 동안 디지털TV 수신 시스템과 HDTV의 화질을 향상시키는 칩까지 개발했습니다. 단순한 지상파 수신기 개발업체가 아닌 디지털TV 솔루션 업체입니다.”

 사실 매크로영상기술은 칩 기술로 출발했다. 최근 양산에 들어간 칩 ‘MVDP-100’은 초고화질 주문형 반도체로 HDTV의 화질을 향상시키는 제품이다. 현재 시판중인 HDTV의 1080모드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이용해 원래 해상도보다 높게 보이도록 한 것으로 실제로는 순차주사방식의 540모드나 같다. 그러나 디지털방송의 순수 고화질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순차주사방식이 알맞다는 것이 정설. MVDP-100은 현 HDTV의 비월주사형 1080모드를 순차주사형 1080모드로 바꿔 화질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한다. 고가의 초고화질 디지털TV 시장을 겨냥한 니치 마케팅이다.

 “신생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승부하려면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분야에 뛰어들어서는 안됩니다. 정면승부는 너무 위험하지요. 우리는 삼성·LG가 하는 HDTV용 디코더칩은 만들지 않습니다. 이 칩의 성능을 높여주는 부가적인 칩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거지요.”

 하지만 박 사장은 납품으로 그치는 칩 사업만 고집해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도 자신들의 기술력을 만방에 알릴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고안된 것이 HDTV 방송 수신용 세트톱박스와 HD수신카드. 처음부터 크게 기대를 걸었던 건 아니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디지털 영상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박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 양산에 성공한 MVDP-100 칩을 적용한 HDTV용 세트톱박스(MDR-500)를 개발해 내년 CE쇼에 나갈 계획이다.

 박 사장은 사실 디지털TV 관련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다. 전자공학 박사출신으로 LG전자 DTV연구소에서 디지털TV용 1, 2세대 칩세트 개발을 이끌었고 이후 ASIC 개발 공로로 대한민국 멀티미디어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국내외 디지털TV 업체들이 MVDP-100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디지털TV처럼 고가의 제품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으로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입니다. 벤처의 핵심은 기술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지요. 매크로는 쟁쟁한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우리 자리를 반드시 찾을 겁니다.”  

 박 사장은 디지털방송이 늦어지는 바람에 올해는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내후년 정도에는 매출 400억원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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