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상박사의 고혈압 클리닉>(22)고혈압과 흡연

 우리나라 남자의 흡연율은 70%를 웃돌고 의사의 흡연율도 34%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어 백해무익이라는 담배가 이만큼 애용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건강교육의 부재라고 할 수 있다.

 담배 한 개비는 혈압을 20㎜Hg 정도 올리며 약 10분간 15㎜Hg 정도 혈압이 높게 유지된다. 이 정도의 혈압 변동은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음주·추위·스트레스·구부린 자세·무거운 짐들기 등이 겹칠 때엔 심장병이나 뇌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담배는 4000여종의 유해물질이 있다. 그 중 니코틴은 청산가리보다 유독해 대량에선 쇼크로 급사할 수 있고 소량에선 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올린다. 특히 의존성이 커서 쉽게 중독이 돼 웬만한 의지를 갖고는 끊기가 어렵다.

 담배연기 속의 일산화탄소는 겨울철 연탄가스 중독의 주범이기도 한데 혈액 중 헤모글로빈과의 결합력이 산소의 수백배나 돼 쉽게 산소 결핍상태를 만들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고혈압 환자가 절대로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는 흡연에 따른 혈압 상승의 해독보다는 흡연이 고혈압·고지혈증과 더불어 동맥경화 내지 관상동맥질환의 3대 위험인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고혈압의 치료 목적이 단순히 혈압만의 정상화가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발증과 사망률을 줄이는 데 있다면 마땅히 흡연이라는 위험인자 하나를 없애야 하는 것이다. 흡연은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장병뿐만 아니라 폐암·식도암 등 암을 유발하고 폐기종·천식 등 호흡기질환도 일으킨다. 위궤양·십이지장궤양 등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인과관계가 있어 미국은 흡연을 ‘완만한 자살행위’라고 경고하고 있다.

 흔히 담배를 끊으면 체중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실제로 금연하면 2∼3㎏, 때론 5∼6㎏까지 체중이 늘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밥맛이 나고 입이 심심해 군것질을 하게 되며 니코틴에 의한 에너지효율감소가 없어져 일산화탄소에 의한 산소부족상태가 호전돼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금연과 동시에 식사량을 10% 줄여야 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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