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현암사 펴냄
“훌륭한 철학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오직 한 가지는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란 점은 내가 이미 이야기했지? 안 했으면 지금 다시 얘기하지. 훌륭한 철학자가 되려는 우리에게, 필요한 오직 한 가지는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다. <중략> 슬픈 사실은 우리가 자라면서 중력의 법칙에만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지. 동시에 이 세계 자체에 길들고 있는거다. 어쩌면 우리는 유년시절을 보내는 동안 세상에 대해 놀라워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로 인해 무엇인지 근본적인 것을 상실하고 말았지. 즉 철학자들이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그 무엇을 말이다. 그 무엇은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 있으면서 우리에게 인생은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라고 늘 속삭인다.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이 무엇을 몸소 체험했다.”
메모: 누군가 말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奇蹟)이라고. 어떠한 재난에서 목숨을 건지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이 복잡하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맞는 것이야말로 ‘기적의 삶’이라고. 그런 만큼 하루하루가 어찌 새롭고 놀랍지 않으며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하지만 이렇게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맞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지겹기만 한 하루이거나 심지어는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왔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영원의 삶이 아니라 영원한 생기(生氣)’라는 니체의 말을 곱씹으며 절인 배춧잎처럼 늘어진 자신의 ‘생기 없음’을 씁쓸해 한다. 왜 그럴까.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일상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어진 일상의 풍경을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러기에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은 비단 훌륭한 철학자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변함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기적의 나날’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무료하고 지겹기만 한 날들을 생기로 가득 채워 넣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굳어져 가는 우리의 의식과 감각을 깨워 우리 자신과 이웃,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놀라워할 줄 아는’ 우리들이 되면 좋겠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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