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환-제일기획 상무
‘산업화에선 늦었지만 정보화에선 앞서간다’는 우리나라 정통부의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는 21세기 한국의 경쟁력을 이끌고 나갈 핵심산업이다. 종래의 중대형 제조업에서 정보기술(IT)로의 중심이동은 바로 디지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이야기한 것처럼 디지털 사회는 정보의 원활한 흐름을 통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핵심정보의 소유를 통해 더 큰 부가가치가 이뤄지는, 그야말로 정보가 바로 사회의 경쟁력으로 통하는 사회다. 이제 정보란 우리의 생존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물과 공기가 된 것이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세번째 변혁인 ‘디지털 혁명’이 본궤도에 진입했다. 디지털 기술로 정보가 광속으로 날아다니고, 지식과 정보를 소유한 지식근로자와 신지식인에 의해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가 이뤄지며, 유통되는 정보 또한 수직적 유통보다는 수평적 유통을 통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이질적 전문가집단의 형성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특징으로는, 자연신호를 동일매체로 저장·재생·전송이 가능하다는 ‘단일성’의 측면과 반복사용 및 복사해도 원래의 자연신호를 그대로 유지하는 ‘무한반복 재현성’, 가공이 쉽고 다양한 형태로의 변형이 가능한 ‘조작의 용이성’을 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 정보의 무한 공유 및 정보의 개방성에 의한 무한한 신부가가치의 창출기회를 낳았다. 또 디지털 기술의 특징은 자연스러운 네트워크화를 가능하게 했으며 인터넷상에서 3C(Contents, Community, Commerce)의 발생을 가져오게 했다. 이러한 디지털 혁명은 기술·산업·경제·생활, 나아가 국가간 관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이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유발했고,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광고업계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지금의 시대, 우리가 표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의 디지털화, 상품의 디지털화, 오프라인 기업의 온라인화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은 경제성장률의 상승과 물가안정, 지식기반 경제로의 급속한 전환, 디지털 격차로 인한 계층간의 차이 확대라는 신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냈으며, IT산업의 팽창과 IT로의 집약화, 제조업·서비스업의 융합, 전자상거래와 유통·통신·금융의 융합을 만들어 냈다. 생존을 위해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으로의 변신을 다시금 모색하고 있으며, 정부나 민간단체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눈여겨 볼 수 있는 점은 지금까지 소수의 의견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소비자단체나 시민연대의 영향력이 온라인을 통해 매우 강화됐다는 것과, 새로운 시장기회이자 강력한 이익단체가 된 가상공간에서의 사회문화적 공동체(커뮤니티)의 등장이다.
정보화 시대에 소비자들은 더이상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들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정보 수용 태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광고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수많은 제품 중에서 경쟁적으로 자사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제품의 특징 중 소비자에게 가장 의미있는 부분을 강조하고 단일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데 그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패러다임은 다양한 정보 획득 경로로 인해 점차 변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 즉, 인터넷 등을 통해 사람들은 정보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서 언급했던 이질적인 전문가를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조합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인터넷상에서 접하고 조합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의 개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보획득 수단을 통해 사람들은 여론을 만들고 공론화시킨다.
이렇게 빠른 정보유통에 있어 IT전문지의 위력은 대단하다. 신빙성 없는 정보보다는 전문가에 의한 평가, 비교분석 등은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 소비자의 좋고 나쁜 정도(호오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른 기사가 바로 소비자의 이익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전자신문과 같이 IT에 특화된 전문지일수록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이제는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제품·시장에 대한 분석기사는 집행된 광고의 신빙성을 확인해줄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으며, 독자들은 IT전문지에 대한 신뢰감으로 게재된 광고를 광고 그 이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사회는 정보의 독점을 통한 계층간 격차가 아닌, 정보의 공유를 통한 계층간 격차의 해소를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장이다. 사람들은 디지털 미디어로 자신의 생각과 소견을 밝힐 수 있으며, 또한 상대방의 의견을 수렴해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 정보유통의 최종 결과물에 대한 관심보다는 정보유통이 이뤄지는 프로세스, 즉 정보 유통 과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 대한 착안이야말로 앞으로의 마케팅과 광고의 생명력을 연장해줄 계기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종래의 4대 매체를 통한 광고를 브랜드에 대한 흥미와 새롭게 탐색해야 할 정보로 다루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4대 매체 광고에서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다양한 정보수단을 이용해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확인과정을 통해 그 브랜드에 대한 최종적인 인상을 만들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가 변하는 상황에서 광고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마케팅 사례들은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특성에 맞는 다양한 툴을 같이 고려하지 않으면 마케팅상의 성공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 네트워크를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러시아 카메라 ‘로모(LOMO)’에 대한 동호회가 활발히 활동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고객과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필요하다. 기업이 만드는 것은 제품이지만, 고객이 구입하는 것은 브랜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4대 매체 광고를 통해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는 온라인상에서 소비자와 제품간에 관계를 형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객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브랜드에 열광하는 층을 전략적으로 관리한 대표적인 사례로 할리데이비슨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마케팅과 장기적으로 고객들의 가상 공동체 형성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으로 마케팅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기업도 많다. 사이버 마케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본 코카콜라는 네티즌을 상대로 체리코크 프로모션을 웹상에서 실시, 캠페인 예산으로만 500만달러를 집행했으며, 새턴자동차는 전용 웹사이트(saturncars.com)를 개설, 동호회 회원들이 새턴자동차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인터넷에 올리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구전효과가 발생해 마케팅 전략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웹마케팅 부문에서 성공한 것이다.
고객 가상 공동체의 구축은 저비용의 마케팅을 실현시키는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주택부문은 사이버 커뮤니티를 구축한 후 비용이 줄어들었고 업무효율도 동시에 향상됐는데, 고객 DB에 등록된 고객층에만 DM을 발송해 비용을 90% 절감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사회에서 소비자는 더이상 수동적인 정보 습득자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정보 탐색자다. 이러한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데 4대 매체만으로는 그 한계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정보 유통 과정에 착안, 4대 매체뿐만 아니라 기타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총체적인 광고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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