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e비즈 협력 급진전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계의 대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이 한일 양국의 효과적인 경제협력과 IT 분야에서의 협력 관계 확대를 위해서는 두 나라의 전자상거래 관련 제도와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이질적인 여건과 서로 다른 표준으로 답보 상태에 있는 양국의 e비즈니스 분야 협력이 재계를 중심으로 급진전될 전망이다.

 전경련 김각중 회장은 26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8차 한일 재계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오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과 한국은 경제협력을 확대해 상호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경기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양국 기업간 전통산업에서 부품의 기준과 인증 표준화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시장이 될 e마켓에서의 제도와 기준을 통일해 양국 기업이 두 나라 시장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길승 SK 회장도 “한일간 IT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전자상거래 기반 구축에 필요한 거래기준의 표준화, 양국 공동의 소프트웨어 개발, IT인력의 공동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중국 시장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마이 다카시 일본 게이단렌 회장은 “중국의 WTO 가입과 뉴라운드 출범 등 세계 경제 환경에 대응해 한일간 산업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본 측은 향후 한일 FTA에 포함돼야 할 항목으로 전자상거래 관련 제도의 양국 조화를 위한 전자서명·인증제도의 상호운용, EDI 표준화, 개인정보 보호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한일 재계회의에는 우리 측에서 김각중 경방 회장을 비롯해 조석래 효성 회장, 손길승 SK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14명이, 일본 측에서 이마이 다카하시 신일본제철 회장, 고사이 아키오 스미토모화학공업 회장 등 11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한일 경제계 지도자들은 동북아 경제협력체의 전 단계로 한일 FTA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한일 FTA 추진을 위한 양국 경제계 입장을 논의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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