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미국 사법당국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대 테러 법안이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미국이 외국 해커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펼칠 수 있게 됨은 물론 전세계 사이버 테러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세계 경찰’로 부상하게 됐다고 미국의 컴퓨터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이들 전문가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의 대부분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이 대 테러 법안이 통과함에 따라 사이버 범죄가 단지 일부만이라도 미국내에서 자행되거나 미국을 경유해 이뤄질 경우 미국의 사법당국이 얼마든지 규제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 사이버 범죄 담당 검사 출신 마크 라시 변호사는 “대 테러 법안의 통과로 미국의 사법관할권이 엄청난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현재 프리딕티브시스템스(predictive.com)라는 컴퓨터 보안업체에 근무하는 라시 변호사는 미 법무부가 지난달 전국의 일선 검사들에게 새로운 사이버 테러 지침을 내려보낸 것도 바로 이같은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 지침에서 “일반적인 외국인들은 물론 외국인 해커들까지도 미국을 경유해 인터넷을 사용해왔으나 법규 미비로 미국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왔던 것이 현실”이라며 “과거와는 달리 대 테러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미국에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해서는 당국의 단속이 가능해졌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gov)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법무부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조사업체 텔레지오그라피(telegeography.com)의 제시카 마란츠도 현재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지역에서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의 80% 이상이 미국을 경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국내의 2개 도시 사이에서 오가는 e메일도 미국을 경유하는 등 외국의 인터넷 콘텐츠가 상당부분 미국의 사법 관할권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라시 변호사는 당초 대 테러 법안이 테러리즘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 법무부에 의해 발의됐으나 단순한 데이터 절도에서 포르노물 유통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컴퓨터 범죄에 미국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FBI는 외국인이 관련된 사이버 범죄 수사의 경우 해당 국가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어려움이 많다며 강력한 테러 법안의 제정을 요구해왔다. 외국에서 개설됐지만 미국인이 주로 접속하는 포르노 사이트와 도박 사이트 역시 당국이 손을 댈 수 없는 골칫거리였다.
예를 들어 이 법안에 따르면 스웨덴의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도 노르웨이에 있는 친구에게 보낸 포르노물이 버지니아주를 경유했을 경우 음란물을 엄격히 규제하는 버니지아 법률에 의거, 미국 사법당국이 처벌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리딕티브시스템스의 라시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이런 정도의 행위로 처벌을 받는 경우는 없었지만 이제 외국인까지 규제할 수 있는 대 테러 법안이 통과된 만큼 미국을 경유하는 모든 인터넷 콘텐츠는 미국 사법당국의 감시 대상에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이버 범죄에 대한 법률이 나라마다 다른 점 때문에 대 테러 법안에 의한 외국인 범죄의 단속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 컴퓨터 범죄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중인 브루스 매코넬은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는 컴퓨터 범죄에 대한 법률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며 “범죄자를 인도받는 문제 역시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는 점에서 외국인에 대한 처벌은 매우 중대한 사건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전자사생활보호센터(epic.org)의 데이비드 소벨 사무국장은 대 테러 법안을 등에 업고 미 사법당국이 해외에 수사관을 파견해 범죄 용의자를 강제로 체포하려 할 경우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사이버 테러에 대응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사실상 모든 형태의 범죄에 대해 미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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