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IT포럼 지상중계]자유 토론-科技교류는 통일로 가는 `지름길`

 남북 정보기술(IT) 교류협력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 11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전자신문 주관으로 22일 오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백합홀에서 열렸다. 이날 조찬 토론회에서는 조영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이 ‘남북한 과학기술 및 학술정보 교류방안과 북한의 정보유통체계’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지난 7월 북한을 방문해 과학기술 연구개발기관 및 대학을 둘러보고 현지 관계자들과 과학기술 정보 교류를 협의했던 조 원장은 주제발표에서 “과학기술은 남북이 접근하기에 가장 용이한 분야”라고 전제하고 “과학기술 교류 및 협력증진을 위한 정보유통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하며 남북이 전용망을 연결해 과학자 및 연구개발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특히 “남한이 가진 슈퍼컴퓨팅 자원을 활용해 남북이 과학기술 정보 공유 및 연구를 공동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정보과학기술이 남북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용이하고 남북 교류 활성화에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를 위해 남북간 IT·과학기술 정보유통망과 연구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남북간 정보 교류 활성화를 위한 과학기술·IT분야 용어의 통일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최성모(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조영화 원장이 남북한 과학기술 정보 교류 방안과 KISTI에서 구축중인 북한의 과학기술 정보 전용 사이트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구체적인 교류 방안에 대해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조성갑(한국IBM 통합서버사업본부장)=KISTI가 천연 기념물과 같은 자연 정보 DB를 북측과 공동으로 구축할 방침이라고 했는데, 기상 정보도 남북이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의 컴퓨터 하드웨어 현황은 어떠한가.

◇조영화(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남북간 기상 정보 공유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성능이 우수한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주변국의 기상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북한과도 기상 정보를 공유하면 아주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지난번 방북시 김책공대를 방문했을 때 미국 HP사의 서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박찬모(포항공대 대학원장)=조 원장은 과학기술 정보 유통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인데, 앞으로 남북 과학기술 정보 유통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지금까지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해 둘러본 IT 연구개발기관과 대학들은 컴팩·HP·IBM 등 서구에서 제작한 여러 종류의 서버를 사용하고 있었다. 북한은 이 서버들을 싱가포르나 중국을 통해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철구(영남대 정외과 교수·국제정치학회 차기 회장)=정치학자로서 IT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국제정치학회 산하 과학·IT분과위원회는 내년 7∼8월중 북한 과학기술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인데, 통일IT포럼과 같이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정인성(이화여대 교수)=과학기술은 국가 발전의 핵심 영역으로 그 정보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들과 공유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교육·문화 같은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에서보다 더 교류가 쉬울 것으로 보인다.

◇조영화=교육은 이데올로기 측면이 가장 강하고, 문화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핵심적인 내용의 경우 교류가 매우 힘들다. 해외 회의에서도 과학기술 정보에 대한 벽이 높다. 그러면서도 어느 나라나 과학기술 교류가 가장 쉽다. 물론 핵심적인 것은 교류가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교류가 용이하다. 따라서 우리도 핵심적인 단계 이전까지는 교류가 가장 쉬운 게 과학기술이라고 본다. 북한의 학회지를 보더라도 이데올로기가 가장 약하게 표현된 것이 과학기술 분야 서적이다.

◇이춘근(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올해 북한의 국가연구개발체제와 교류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펴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교육이나 과학기술을 논할 때 마르크스 이론을 토대로 한다. 기초분야는 상부구조, 응용기술은 하부구조 성격을 띠고 있다. 요즘은 연구가 하부구조로 내려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을 한 다음 교육이나 인력개발이 하부구조에 맞춰져 있다. 북한은 첨단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분야가 좁고 수준도 제한돼 있으며 인프라가 열악하다. 이 때문에 도약시기에 맞는 기술 개발이 잘 안되는 것 같다. 또 사회주의는 기초기술이 강하다고 하지만 북한은 예외인 것듯하다. 북한은 응용성이 제한된 분야, 예컨대 생명공학(BT)의 경우 축산, IT는 자동화와 같은 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판정(넷피아닷컴 사장)=남북간 용어 통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북측 관계자들과 깊이 얘기하다보면 나중에 용어는 영어를 쓰게 된다. 이와 관련, 우리말의 통일에 대해 북한에서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도 용어 표준화 작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 넷피아닷컴에서 인터넷 주소의 남북 통일을 추진하고 있는데, 남한의 용어를 입력하면 북한의 인터넷 주소창에서는 다른 화면이 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영화=방북시 북한 관계자들과 용어 문제에 대해 논의해보니 과학기술 용어 통일 작업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언어의 표준화는 통일의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길이라고 본다. 언어 표준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과학기술 교류를 먼저 제안했다.

◇이원근(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과학기술이 비이데올로기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도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남북간 과학기술 교류가 북한의 어느 분야에 이득을 주고 북한 전체 주민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조영화=과학기술 분야가 남북이 접근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용이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지, 과학기술이 비이데올로기적 요소라는 의미가 아니다. 그리고 과학기술 인프라 구축나 IT기술 협력 등이 북한에서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서는 남북이 서로 만나기가 용이하고 부가가치도 높을 뿐더러 가장 쉽게 가르칠 수 있다. 북측은 남한과 공동으로 평양정보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하기 위해 대학부지내에 있던 군사시설을 옮길 정도로 IT산업을 열성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IT기업들이 북한 곳곳에 진출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세호(유니텔 사장)=정보유통 관련 사업을 하다보니 북한의 정보유통에 대해 평소 궁금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던 UNDP 연차회의에 참석했을 때 만난 북한 대표는 북한에는 인터넷망이 다 깔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일반 대중에게 인터넷을 개방하는 것은 시기 상조일 것이기 때문에 우선 남북간에 폐쇄적인 목적망·연구망의 구축을 제안하고 싶다. 교류를 위해서는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네트워크가 초고속망으로 급속히 발전하다보니 초기에 사용했던 유휴장비가 남한에 많이 있다. 따라서 남한내 유휴장비와 위성체계를 활용해 남북의 연구망을 연계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우리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국내 농촌에 위성을 통한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남북 연구망 연계에 대해 정부와 기업이 지원이 필요하다.

◇조영화=방북시 위성을 이용한 교류방식도 논의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용자들이 많은 평양까지 망을 구축하는 안을 제안했었다.

◇김유향(경남대 북한대학원 정보통신전공 책임교수)=최근 북한관련 연구를 하면서 북한은 IT분야가 정체돼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정치를 우회하고는 이해할 수 없다. 북한은 IT를 통한 강성대국 건설에 나서고 있는데, IT를 내부적으로 이완된 것을 보완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해야 제대로 된 남북 교류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박찬모=과학기술 교류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북한과 교류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올해 5월 포항공대와 평양정보쎈터가 과학기술 연구협력 계약을 맺고 이후 많은 진척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 북쪽에서는 우리의 가상현실 기술을 얻고자 하고, 우리는 북쪽의 3차원 설계기술 현황에 대해 알고자 하기 때문에 서로 굉장히 도움이 된다. 막연한 기대 때문에 문제가 많았으나 학문적·연구적 측면의 순수한 교류에서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문광승(하나비즈닷컴 사장)=중국 단둥에 있는 하나프로그람센터에서 남측 강사들이 북측 인력에게 IT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문분야 용어에서는 소통이 힘들어 오히려 영어로 말하는 게 편할 때가 있다. 따라서 우리 언어로 통일된 개념을 정립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언어 통일이 시급하다. 또한 남북 교류 초기단계인 만큼 서적이나 정보과학기술 발행물의 교류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용어 통일에 대한 양측 전문가의 요구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최신림(다산R2B컨설팅 사장)=북한에서 말하는 ‘과학기술’은 남한에서 말하는 ‘산업기술’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의 실천 과정에서는 남북한 양측이 지향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함에 있어서 첨단 과학기술의 교류협력을 중심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산업기술’의 교류협력도 동시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산업기술의 협력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이미 일반화된 범용기술 또는 경제성이 상실돼 현실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 기술 등도 교류협력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T분야의 기술진보 속도가 빨라서 우리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필요한 기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남북한 과학기술 협력의 전반적인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되 다른 한편으로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시범적인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허두영(소프트뱅크미디어 사장)=소프트뱅크미디어는 IT관련 산업·기술·경제·문화·교육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회사다. 북한과 IT분야에서 협력하려면 IT관련 정보가 어떤 체계로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미디어 사업이다. 지금은 인터넷이 상당히 중요한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지만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만 하더라도 신문·잡지·방송 등의 언론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전달해 왔다. 북한과의 IT 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북한의 인터넷을 비롯해 IT관련 언론 미디어 현황에 대한 연구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IT 미디어를 지원하고 교류할 수 있다면 북한의 정보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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