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버풀의 켄징턴 지역 주민들은 요즘 인터넷에 푹 빠져 있다. 인터넷으로 지역커뮤니티는 물론 직업·건강·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접속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켄징턴은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가 주도하는 지역정보화 프로젝트인 와이어드업커뮤니티(이하 와이어드업)로 처음 선정된 후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8월까지 켄징턴의 2000가구를 대상으로 중고PC, 프린터, PC용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데 50만파운드를 투입했다. 빈곤의 상징인 켄징턴이 영국 최초의 정보마을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영국이 지역간 정보격차 줄이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영국은 지난 3월 리버풀 외에도 런던 등 6개 권역의 빈민 거주지역 총 1만2000가구를 정보화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1000만파운드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이 이처럼 지역정보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정보화로부터 소외된 저소득 지역주민들이 정보통신 기기 및 서비스를 활용, 정보화 수준을 높여 정보화된 지역주민들과의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영국에 가장 적합한 지역 정보화 모델도 발굴해낼 계획이다. 마이크 웨스트 교육기술부 지역정보화 담당자는 “이번 지역정보화 시범마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전국적 규모의 정보화 마을 구축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어드업’으로 연결=영국 지역정보화의 핵심은 와이어드업. 이 프로젝트는 지역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정보기술(IT)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토니 블레어 정부의 야심작이다.
와이어드업은 정보화 사각지대의 빈촌 주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부촌 주민들과 평등하게 구직·교육·의료 등 생활전반에 필요한 정보에 접속하는 도구인 셈이다. 마이크 웨스트는 “부촌 주민의 인터넷 접속률이 빈촌보다 8배나 높다”며 “와이어드업이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빈촌 주민들에게 정보의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적극적이다. 와이어드업 프로젝트 마을로 선정되면 대략 160만∼170만파운드를 지원받는다. 2000가구를 기준으로 1가구당 정보화 지원비로 150만∼160만원 가량을 지원받는 셈이다. 또 대부분 정보화 시범마을이 구축 후 일정기간 동안 무료로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받게 되는 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원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켄징턴의 경우 올초 정부 지원자금 50만파운드 외에도 켄징턴리제너레이션펀드로부터 18만파운드를 유치, 사이버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하기도 했다. 지역자금 유입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한 켄징턴은 현재 정보화 시범마을을 추진중인 지역의 자금조달에 대한 운신의 폭을 넓혀줬다.
◇지역마다 ‘각양각색’=현재 와이어드업은 런던의 뉴햄, 수포크의 프랑밍햄, 맨체스터의 비콘넷, 블랙번의 화이트버크스테이트, 쿰브리아의 알스턴, 요크셔의 브램프턴 등 6개 지역에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처음으로 선정된 켄징턴은 지난 8월부터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지역별로 추천받은 30개 지역 중 도시 4곳, 농촌 2곳, 탄광지역 1곳 등 총 7곳을 정보화 시범마을로 선정하고 1차로 켄징턴을 지목했다. 올해 2차로 나머지 6개 지역에 자금을 지원하고 늦어도 내년 3월까지 정보화 마을 구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지역 모두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만 구축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가령 도시빈민 지역은 뉴햄은 고층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광통신·무선통신·구내통신 등을 세트톱박스와 연결해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반면 맨체스터의 빈민지역인 비콘넷은 세트톱박스·저가PC·고가PC·인터넷PC 등 네 가지 기기 중 하나를 이용해 인터넷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인터넷 접속요금과 인터넷의 커뮤니티사이트 구성도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리처드 스터브즈 뉴햄지역 프로젝트 매니저는 “다른 지역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무선망을 통한 초고속데이터통신을 실시하는 지역은 뉴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화이트버크스테이트는 정보화 대상 3000가구에 신제품 PC 3000대를 무료로 제공하고 3개월간 인터넷접속 요금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전화선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안을 추진, 초고속인터넷망 구축비용을 크게 절감한 게 비결이다.
◇정보화는 지역의 힘으로=영국의 지역정보화는 철저하게 중앙정부의 간섭이 배제된다. 정부는 총괄적인 가이드라인과 운영자금만 지원하고 지방정부나 민간단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정보화 마을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데렉 에스틸 화이트버크스테이트 프로젝트 매니저는 “이 지역의 민간단체에 와이어드업 프로젝트를 아웃소싱해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며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도 연대해 컴퓨터 및 인터넷의 이해도가 낮은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영국 정부가 지역정보화에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 정부는 직접적으로 사업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평가전담팀을 구성해 프로젝트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있다. 이 평가결과에 따라 자금의 추가지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지방정부나 민간단체는 중앙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국은 지금 정부와 지방정부, 민간단체까지 나서서 지역 정보격차 줄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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