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 벤처투자 얼마나 했나.”
외국계 유명 IT업체들은 그동안 앞다퉈 벤처투자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일부는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발표하는가 하면 몇몇 기업과 연합해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원형태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컨설팅을 무료제공하는 형태에서부터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형태의 벤처기업 지원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실제로 한국IBM은 ‘IBM 글로벌 파이낸싱’ ‘인큐베이터 파트너링 프로그램’ ‘ASP 프라임 프로그램’ 등 간접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한국HP도 일정기간 장비를 무상임대하는 ‘개라지 프로그램’과 비즈니스파트너 지원프로그램인 ‘HP essp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컴팩코리아는 자금지원 프로그램인 ‘e코리아 프로그램’, 한국썬은 ‘선 스타트업 이센셜 프로그램(신생벤처)’ ‘선 디벨로퍼 이센셜 프로그램(제품개발단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제품출시단계)’ 등의 벤처투자 및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한국오라클이 ‘오라클 벤처 네트워크(OVN)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한국HP 등 연합체가 ‘코리아 인터넷 벤처 인큐베이팅(KIVI) 프로그램’, 한국CA ‘조인트 벤처 프로그램’ 등을 내놨다. 물론 당시 벤처 투자붐을 타고 유니시스·델컴퓨터·EMC 등도 올해안으로 가시적인 투자 및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그토록 호기롭게 벤처지원과 직접투자 프로그램을 발표했던 대부분의 외국계 IT업체들의 움직임은 조용(?)하기만 하다. 일부 업체는 벤처투자 운운하는 것조차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오히려 일부 업체들은 무슨 무슨 프로그램이란 게 다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냐며 짐짓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세계경기의 흐름이 급전직하하고 있는 마당에 철모르는 벤처투자 타령(?)이냐는 투다.
지난해 오라클 인터넷 벤처 커뮤니티(OIVC) 구성을 의욕적으로 진행한 한국오라클은 올해는 벤처투자부문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오라클은 당초 OIVC 1기 사업성과가 좋아 이를 바탕으로 2기 사업을 적극 진행하고, 한단계 더 나아가 글로벌 벤처지원 커뮤니티인 OVN을 가동키로 했으나 이달 현재 실질적인 투자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OVN의 경우 벤처캐피털·인큐베이터·법률자문 등 각종 벤처 관련 기관 15개를 묶어 벤처기업의 설립에서부터 성공까지 지원한다는 모델로 수백억원 가량을 현물투자한다는 큰 그림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MS와 함께 국내에 진출한 IT기업 중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업 중 하나다.
‘e코리아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떨친 컴팩코리아는 지난해와 올해 이파워게이트·엔에스텍·코마스 등의 업체에 130억원의 벤처투자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당초 투자키로 했던 1300억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에 불과하다. 이 회사가 그동안 보여준 행보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이 회사의 경우는 HP와의 합병이라는 경기 외적인 변수가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한국썬도 최대 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 10여개 업체에 자금을 지원키로 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현재 투자한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경기부진으로 인해 앞으로도 벤처투자 프로그램을 가동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각종 벤처지원 프로그램도 실적이 미미하다.
한국CA 역시 조인트벤처를 벤처투자모델로 삼고 있으나 올초 MSP 전문업체인 ‘MSP원’의 설립을 끝으로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당초 이 회사는 모바일 등 3개 이상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밖에 인텔코리아는 한국HP·MS 등과 공동진행하려던 KIVI 프로그램서 아예 빠졌으며, 한국IBM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이렇게 벤처투자가 지지부진할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대해 세계적인 경기부진으로 인해 본사의 수익구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들 업체가 벤처투자 프로그램을 발표한 시기는 대체적으로 세계적인 벤처붐이 일어난 시기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6월까지 벤처붐이 최고조의 상승세를 구가했다.
더구나 외국계 기업들이 견지하고 있는 투자라는 개념은 여러 단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시장환경이 성숙돼 있는지, 비즈니스 모델은 갖추고 있는지,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한지, 인력풀은 갖춰져 있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데 일순간에 투자 운운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벤처붐에 편승해 당장 5000만∼1억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거나 지원프로그램을 발표해 놓고 경기부진을 이유로 유보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지나친 장삿속이 아니냐는 비판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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