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이제 플라스크를 사용해 실험관에 액체를 부어넣던 시대는 지나갔다.
인간 유전자의 해독을 위한 ‘게놈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실리콘밸리 생명공학업체들이 이른바 ‘마이크로플루이딕 칩(미세유체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칩은 앞으로 실험실에서 플라스크와 실험관을 사라지게 할 획기적인 첨단기술 제품이다.
이 제품은 ‘마이크로플루이딕스(미세유체공학)’ 기술을 토대로 미세 채널을 통해 유체를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실험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실험용 초정밀 반도체다.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의 소재는 유리와 석영·플라스틱·실리콘 등으로 다양하며 칩 내부에는 머리카락보다 좁은 미세 채널이 엇갈려 있다.
이 칩은 극소량의 실험용 액체가 칩의 미세 채널로 들어오면 전기신호나 미세 압축기를 동력으로 이 액체가 반응실(reaction chamber)로 전달되고 액체가 다시 이 반응실에서 형광 신호를 발생시키는 화학물질과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컴퓨터로 분석하는 원리다.
이 칩은 종전의 DNA 칩과 달리 별도의 장치 없이도 DNA를 분리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칩 내부에서 처리할 수 있어 ‘차세대 DNA 칩’으로도 불린다.
이 ‘꿈의 반도체’의 개발 주역은 특수칩 업체 칼리퍼테크놀로지스(calipertech.com)·아클래라바이오사이언스(aclara.com)·플루이다임(fluidigm.com) 등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바이오테크 업체들이다.
특히 남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플루이다임은 최근 3400만달러에 달하는 벤처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투자금은 닷컴에 대한 돈줄이 끊긴 요즘 상황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플루이다임의 가후스 워딩턴 최고경영자(CEO)는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을 가장 먼저 개발한 칼리퍼나 알카라를 기술력으로 제압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칼리퍼와 알카라는 이미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을 이용하면 여러 개의 실험을 하나의 칩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 종전의 실험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결과를 얻는 게 가능하다고 공언했었다.
UBS워버그(ubswarburg.com)의 하워드 혼 분석가는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이 개발된 것은 결국 실험의 전 과정을 작은 칩 하나로 자동으로 처리하려는 것”이라며 “이 칩은 상당한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년내에 매우 유망한 분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업체는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소재는 조금씩 다르다.
선두업체인 칼리퍼는 광통신에 사용되는 유리와 석영으로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을 개발했으나 아클래라는 이보다 비용이 저렴한 플라스틱을 소재로 썼다. 이에 비해 플루다임은 유연성이 뛰어난 실리콘을 소재로 이용한다.
이 칩이 가장 먼저 필요한 곳은 제약업체와 생명공학업체의 연구실이다. 보스턴에 있는 밀레니엄제약(mlnm.com)의 크레이그 뮈어 부사장은 “칼리퍼의 지원을 받아 실험실 자동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은 우선 제약회사와 바이오테크 업체들이 관리하는 화학약품 목록을 이용한 실험에 유용하게 쓰이게 된다. 이 목록에는 식물에서 추출하거나 실험실에서 합성한 수백만 가지의 제약용 화학약품 내역이 기재돼 있는데, 이들 화학약품이 어떤 주요 유전자와 반응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이들 업체의 주요 연구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존 실험 방법으로는 각 화학약품과 유전자에 대해 일일이 반응 실험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비용면에서 낭비가 심하다. 반면 마이크로플루이딕 칩을 이용하면 이 엄청난 작업을 간단히 처리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체들의 설명이다.
칼리퍼의 다니엘 키스너 CEO는 “우리가 개발한 소형 칩 하나만 있으면 하루에 무려 4만건의 실험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이클최기자 michael@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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