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46)정보사회 여는 영국(3)-깨어나는 여성

사진; 여성 정보화 교육센터인 뉴텍의 교육생들이 컴퓨터 교육을 받고 있다. 빈민가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이 곳의 교육열기는 어느 곳보다 뜨겁다. 인턴사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장을 얻는 여성들도 늘어나고 있다.

 캘리 베이시는 지난 10월 컨설팅업체인 모건스탠리에 사무직으로 취직했다. 런던에서 40분 떨어진 뉴햄에 사는 그는 여성정보화 교육센터인 뉴텍(NEWTEC:Newham Training Education Centre)의 추천으로 지난 7월부터 모건스탠리에서 인턴사원으로 일하다 이번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연봉은 1만5000파운드(약 3000만원).

 캘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뉴텍을 찾았다. 컴퓨터를 알아야 런던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친구의 조언 때문이었다. 당시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제로 일하며 주당 100파운드를 벌던 그는 안정적인 직장이 절실했다.

 지난해 기초교육반에서 꾸준히 교육받으며 1년 교육과정을 이수한 그는 올해부터는 취업반으로 옮겨갔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뉴텍이 모건스탠리 등 대형 업체들과 연계한 16주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해 일자리를 얻게 됐다. 캘리와 함께 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한 뉴텍의 16명 여성 중 13명이 대기업의 정식직원으로 채용됐다.

 영국 런던의 자치구인 뉴햄은 흑인과 소수민족 밀집지역이다. 빈민가인데다 교육수준마저 낮아 정보화 수준이 형편없다. 아이를 돌보고 가사노동을 도맡는 이 지역의 대다수 여성들에겐 ‘인터넷’이란 단어마저 낯설다.

 이런 여성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 뉴텍이다. 여성 정보화 전문 교육기관인 뉴텍은 매년 350명의 여성에게 정보화 교육기회를 제공한다. 뉴햄 지역의 여성 정보화 메카인 셈이다.

 정보화 교육은 참여하는 여성들이 PC를 다루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기초 정보기술(IT) 교육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전문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특히 최근에는 취업을 원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직장에서 요구되는 정보화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15명의 IT 강사들이 일선에서 여성들을 교육하고 30여명의 직원들도 교육장 운영을 돕는다.

 IT 강사보다 운영직원이 많다는 게 다소 의아스럽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체 교육생의 90% 이상이 직장을 구하려는 25∼35세 나이대에 집중되다보니 아이를 데리고 교육장을 찾는 여성들이 상당수다. 교육시간에는 자체 운영하는 탁아소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의 정보화 교육도 시키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인력만도 10여명이 넘는다.

 또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민족 여성들을 교육하기 위한 통역사도 필요하다. 뉴햄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만 150개에 이른다고 하니 교육의 어려움을 짐작하게 한다. 정보화 교육과 동시에 영어교육이 필요한 교육생도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뉴텍이 이같은 어려움에도 성공적으로 여성정보화 교육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성과 위주의 철저한 교육프로그램 때문이다. 뉴텍에서 인기가 높은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인 ‘데스크톱 출판’ 과목의 경우 16주 프로그램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에서 12시 30분까지 진행된다. 6개 교육단계로 나눠지며 1단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2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수업을 마치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 교육생들이 많다는 귀띔과 통하는 부분이다.

 자금지원 방식도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센터들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경쟁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교육센터마다 교육 프로그램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IT업체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뉴텍은 미국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인증을 받은 IT 교육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시스코시스템스의 장비를 다룰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을 부여받게 된다. 교육비용 전액은 시스코시스템스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지원한다.

 교육생들의 교육 열기도 뜨겁다. 뉴텍의 교육생 중 80% 이상이 교육수준이 낮고 빈곤한 흑인과 아시아계 소수민족. 정보화가 제2의 캘리를 꿈꾸는 뉴햄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직장과 삶의 기회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뉴텍이 뉴햄 여성의 탈출구인 셈이다.

 뉴텍의 교육 담당관인 스티브 클레어는 “여러 민족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역의 여학교들과의 협력을 통해 IT교육이 필요한 여학생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햄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범죄로 골머리를 앓았다. 영국 정부는 급기야 지난 98년 길거리에 250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범죄방지에 나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화 교육을 받으려는 여성들이 길거리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영국 정부도 CCTV 대신 정보화 교육센터에 컴퓨터를 보내고 있다. 정보화로 달라지는 영국의 한 모습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