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뉴라운드 출범]업계반응-통상마찰 줄어 해외 진출 `청신호`

사진; 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협상이 진톧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13일 (현지시간) 각료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정보통신

 뉴라운드가 발효되면 국내 통신부문은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경우 80년대 후반 이후 미국과의 통신관련 쌍무협상을 통해 통신장비시장을 일찌감치 개방한 데 이어 IMF체제 이후 서비스시장을 과감히 개방하는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 뉴라운드 협상은 국내 IT산업 전반과 특히 통신장비, 서비스부문에 희망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통신관련 표준규격이 이미 수년전부터 국제규격을 지향함으로써 장비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섰다. 유럽의 선진 통신업체에 밀릴 것으로 예측됐던 WCDMA장비마저 국내업체들의 기술력은 선진국을 따라잡은 상태다.

 LG전자 관계자는 “관세율 인하 등 중국시장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며 “내년을 기점으로 cdma시스템 입찰 및 단말기 수출 등에서 눈에 띄는 상황개선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초고속인터넷 등 세계 최고의 인터넷기반과 사업노하우는 우리 IT산업 세계화의 든든한 지주가 될 것이다. 최근 동남아, CIS, 중동,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정부 및 민간기업 관계자들의 한국 IT배우기 열풍이 이를 방증한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문제는 우리의 IT기술력을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체계화하는가”라며 “국민의 정부이후 체계적인 IT외교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여서 이번 뉴라운드 협상결과는 우리의 IT산업을 세계시장에 퍼뜨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파장이 미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서비스업계 전망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도하회담 결과에서 실질적인 결실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시장 개방에 따라 중국 이동통신서비스 시장 진출에 관련업계 모든 노력이 쏠릴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PC 및 모니터 등 PC관련업체들은 WTO 뉴라운드 출범에 대해 대부분의 IT제품에 대한 무역정책은 이미 정해져 있는 데다가 많은 수출물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이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WTO 가입으로 바로 옆에 거대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업체들의 투자나 진출 등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문화산업

 뉴라운드의 출범에 대해 문화산업계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정부와 업계는 일단 △스크린쿼터제 문제 △방송분야의 외국 프로그램 편성비율 제한 폐지 △방송사의 외국인 출자제한 폐지 △문화콘텐츠 분야의 저작권 문제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보조금 지급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WTO 가입 이후 이미 여러 협상을 통해 우리측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해왔을 뿐 아니라 실제 효력이 발생하는 3∼4년 뒤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가 잃을 건 더이상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 등 콘텐츠 강대국들이 가장 먼저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스크린쿼터제의 철폐. 특히 할리우드 영화가 계속 흥행에 실패하고 있고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와관련, 단계적 수위조절 방안과 함께 이 문제를 문화주권 수호 차원에서 풀어간다는 대원칙을 세워놓고 있어 그들의 요구가 쉽게 관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 안팎의 전망이다.

 방송분야는 외국프로그램 편성비율을 고시해 놓고 있으나 이미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외화가 범람하고 있어 이 문제로 시비를 걸어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재 33%로 묶여 있는 국내 방송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출자제한 폐지 요구의 경우 오히려 국내업체들이 반기는 분위기다.

 이밖에 저작권 개정문제는 관계법이 이미 국제수준에 맞게 정비돼 있어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측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영화 및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미국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올 경우 미묘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가전

 가전업계에서는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반덤핑규제의 개정이 현재의 수출상황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

 시장이 개방될수록 개발도상국의 자국내 진입을 막아야 하는 선진국이나 중국 등 대규모 시장에서는 반덤핑규제가 유일한 수단인 만큼 쉽사리 반덤핑제소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 등으로 반덤핑제소 요건을 강화해 반덤핑규제를 남발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다고 하더라도 선진국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적은 국내 가전업계의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반덤핑규제가 아닌 농업분야의 시장개방에 따른 반사효과로 상대국의 시장이 열릴 경우 중남미나 EU시장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이 있는 국산 가전제품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통상팀의 한 관계자는 “반덤핑규제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전이나 전자업계의 입장에서는 다자간협상을 통해 우리의 주요 수출상대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경우 관세인하효과로 국산 가전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져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반도체

 국내 반도체업계는 이번 WTO회의에서 반덤핑협정의 개정으로 의견이 모아지자 자의적인 반덤핑협정 해석으로 발생한 통상마찰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회의에서 반덤핑조치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거센 반발에 시달린 미국은 일단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한국과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조치 검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도 이번에 철강제품 때문에 반덤핑조치 완화에 대해 한국과 공조했기 때문에 최근 일본 업체가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조사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지만 반덤핑조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업계와 정책당국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새로운 규범이 나오기 전까지 미국 등지에서 반덤핑조치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규정이 보다 명확해지면 반덤핑 피소시 대응하기가 어려워지며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는 당장 논란이 된 한국산 제품의 덤핑판매 주장에 대해 전세계적인 불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덤핑판매와는 무관하다는 여론을 대외적으로 확산시켜가려 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계와 협회 관계자들은 이번주 일본에서 열리는 반도체업계 관계자회의에 참석해 이러한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할 계획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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