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 PC 수출전망은 상당히 밝다.
올들어 9월말까지 국내 PC수출은 전세계적인 IT경기 위축에 따른 PC시장의 역신장에 따라 지난해 동기대비 마이너스 32.8%인 13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반도체와 함께 IT수출 부진의 주범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PC업체들이 세계 메이저 업체로부터 대규모 노트북PC 주문계약을 따내면서 내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전 PC수출 강국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노트북PC로 PC산업구도 개편=그동안 국내 PC수출의 주력 제품은 데스크톱PC였다. 삼보컴퓨터가 지난해 400여만대의 데스크톱PC를 수출한 반면 노트북PC 수출은 50여만대도 안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LG전자,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이 노트북PC 개발에 중점 투자하고 올해부터 해외시장을 노크한 결과 노트북PC 수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노트북PC 수출은 7억달러로 작년동기대비 100%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누적실적 또한 데스크톱PC 수출규모를 앞질렀다.
올해 수출규모도 120여만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LG전자는 최근 컴팩으로부터, 삼성전자는 델컴퓨터로부터 대량으로 물량을 수주함에 따라 내년에는 더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세계 최대 PC업체에 등극한 델컴퓨터는 그동안 대부분의 노트북PC 생산을 대만으로부터 공급해왔으나 처음으로 국내업체인 삼성전자로부터 아웃소싱을 받기로 결정함에 따라 내년 실적에 따라서는 국내 노트북PC 생산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OEM공급 외에도 일본, 중국, 유럽 등을 대상으로 자체 브랜드 수출도 확대,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대 PC수출업체인 삼보컴퓨터는 올해부터 일본 자회사인 소텍에 노트북PC를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데스크톱PC 공급선인 HP에도 노트북PC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국내 노트북PC 수출규모가 200만대를 돌파, 최소 2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왜 한국인가=세계 메이저 PC업체들은 시장감소라는 PC산업 사상 최악의 불황을 맞아 생존을 위해 PC제품의 대대적인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효율적인 아웃소싱 생산을 위해 업체들을 대형화하는 한편 업체수는 줄여가는 추세다.
또 제조뿐 아니라 물류부터 사후서비스까지 관리해줄 수 있는 토털 아웃소싱업체들을 찾고 있다. 국내 PC업체들이 대만 노트북PC업체들에 비해 강점을 갖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오랜 가전제품 수출경험이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전세계에 제조시설, 물류시설, 애프터서비스망을 갖고 있으며 삼보컴퓨터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중국,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노트북PC에 들어가는 TFT LCD, D램, 광저장장치에 이르기까지 핵심부품 공급능력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적기에 물량을 공급하는 능력도 대만업체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개발능력도 대만에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함께 전세계 노트북PC 시장 물량의 50% 이상을 공급해온 대만에 대한 견제심리도 한국이 노트북PC 생산기지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국내업체와의 계약성사를 지켜본 다국적기업의 한 임원은 “다국적기업들이 협력기업을 선정하는 데 가격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지만 납기 대응능력, 글로벌 물류망, 기술개발력 등도 적지 않은 고려사항”이라며 “국내 대기업들이 이러한 점을 다국적기업에 설득한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깔끔한 로비가 통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PC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품개발 투자, 고객만족 등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대만쪽에서 이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대만에서 국가적인 로비를 시도할 가능성이 지적된다. 이미 대만에서는 삼성전자와 델컴퓨터의 이번 계약이 장기적인 계약보다는 단기 생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는 등 견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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