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소프트웨어상품대상 7년>`한국의 SW노벨상` 자리매김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이 11월 12일로 7년이 됐다. 지난 94년 11월 12일 핸디소프트가 윈도용 문서편집 프로그램(워드프로세서)인 ‘핸디*아리랑 2.0’이라는 제품으로 ‘이달의 신소프트웨어상’에 응모, 첫 수상의 영예를 안은 날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매달 수십편의 응모작을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소프트웨어 상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도가 벌써 7년째 이어오고 있다.

 7개 성상을 지나면서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산업군 중 하나로 각인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술적인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았지만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이 처음으로 도입된 94년만 해도 국산 소프트웨어 상품만을 대상으로 한 시상제도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워낙 외국계 소프트웨어가 국내 컴퓨터 시장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아래아한글 등 일부 히트 상품을 제외하곤 국산 소프트웨어라고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제품이 드문 게 당시의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게다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개발 의욕도 그다지 높지 않아 소프트웨어 시상제도의 정착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 7주년을 맞는 현재 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은 국내 IT산업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시상제도로 뿌리를 내렸다. 이 제도의 도입 후에 핸디소프트·한글과컴퓨터·안철수연구소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이 상을 받음으로써 대외적으로 공신력을 얻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국산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 시상 제도를 겨냥해 다수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4년의 기간을 연구개발분야에 집중 투자,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기술력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영세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개발의욕을 고취하고 소프트웨어 강국을 만드는 데 견인차 역할을 다했다.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이 그동안 성장해 온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면 이 시상 제도의 의미와 업계에 미친 영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은 지난 94년 전자신문과 정보산업연합회 공동 주관으로 시작됐다. 당시 이단형 심사위원장(현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이 이달의 소프트웨어상 수상작을 밝히면서 내놓은 심사평은 이 시상 제도가 왜 도입돼야 하는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정보산업은 첨단기술·고부가가치·자원절약형 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미래 핵심산업이다. 미국·일본·EU 등 선진국들은 2000년대 자국 GNP의 20%를 정보산업이 차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정보산업 중 소프트웨어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70∼80%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보산업의 여명기인 지난 70년대 이래 하드웨어·반도체 및 정보통신 분야는 그런대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하에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소프트웨어분야는 하드웨어의 일부 또는 부산물로 간주돼 왔으며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규모·자금력·기술력면에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에 전자신문과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과학기술처 후원으로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고 새로 개발된 우수 국산 소프트웨어 판매·유통을 촉진시키기 위해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제정하고 그 시행을 하게 된 것은 열악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시작된 시상제도는 원래 과학기술처가 후원하는 행사였지만 95년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가 정보통신부로 이관되면서 후원 기관이 정보통신부로 바뀌었다. 지난 97년부터는 연말 대상이 대통령상으로 격상돼 IT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에 도전해 대외적인 공신력을 확보해야만 비로소 기술력 있는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술력 향상 및 국제 경쟁력 확보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까.

 지난 94년 이달의 소프트웨어상으로 첫 선정된 핸디소프트의 ‘핸디*아리랑2.0’은 당시로서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앞선 제품이었다. 펜입력 방식의 필기체 인식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기존의 외국 워드 프로세서와는 달리 다양한 한글 고유 기능을 지원했다.

 핸디소프트는 이 제품 개발에 12명 정도의 연구인력을 투입, 3년 이상의 공을 들였다.

 결국은 이같은 제품 개발력이 그룹웨어·워크플로 전문 업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안철수연구소의 바이러스 백신, 나모인터렉티브의 웹에디터 등 제품들이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을 통해 기술력을 갖춘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제품들은 언론이나 전시회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고 각종 정책지원 혜택을 받는 등 특전을 누렸다.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전시회인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SEK)에 특별관이 설치돼 대중을 상대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으며 유망 중소기업 선정, 병역특례혜택, 소프트웨어 공제 등 우대 혜택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지원책에 힘입어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도약의 고삐를 틀어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성장에 한 몫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보완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마케팅 지원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시회는 물론 해외 전시회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마케팅 지원책이 마련되고 수상제품의 공동 마케팅 및 상품화 지원 활동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수상작 실태 파악을 통해 시상작들이 성공적으로 국내외 시장에 파고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상자협의회,수상자클럽 운영, SW개발자협의회 구성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성공사례 발표회, 수상제품 개발자 해외연수과정 운영 등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지원책과 업계의 공동 마케팅 노력이 결합될 때 신소프트웨어 상품대상 수상작들과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향해 웅비의 나래를 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신소프트웨어 상품 대상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이끌어 온 시상제도로 많은 소프트웨어 관련 수상제도 중 가장 권위있는 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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