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모처럼 `이름값`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9일 장중한때 20만원대를 회복하는 등 5500원 오른 19만8500원까지 상승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138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 관련주들도 일제히 급등해 동양반도체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주성엔지니어링과 아큐텍반도체기술·아토 등은 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밖에 원익·실리콘테크·테스텍 등 관련주 역시 일제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의 집중 매수세 속에 외국인지분율이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호재가 됐다. 그밖에 반도체 현물가의 상승과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자율 감산 가능성 등이 국내 반도체주들의 강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러한 반도체주의 급등은 바닥에서 벗어날 줄 모르던 D램 현물가가 지난해 8월이후 처음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단순히 기대감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실물에서의 변화가 생겨났다는 해석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반도체주의 급등은 전날 D램이 현물시장에서 최고 8% 오른 것이 주된 이유”라며 “9, 10월의 기대수요를 지나 11월부터는 실질적인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장기 관점에서 본다면 D램가격의 경우 바닥을 확인했기 때문에 상승여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원인은 초기(10월초)에는 기업의 재무안정성에 초점이 맞춰졌고 다음 단계(10월 중순 이후)에서는 4분기 이후의 기대감의 반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는 실물부문에서 변화가 나오고 있어 긍정적인 시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는 소식도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에 큰 힘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감산 가능성보다는 반도체 수요 회복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향후 반도체 산업과 주가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들이 많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홍빈 애널리스트는 “우려했던 내년 1분기에도 과히 염려할 만한 D램 가격하락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삼성전자는 비범용 제품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최근의 주가상승에서 조정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의 반도체주 상승세를 부담스러워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의 가격 하락세가 둔화됐지만 수요회복보다 빠른 D램업체의 생산증가와 연말 이후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건은 내년초 공급물량 과다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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