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뉴욕 테러와 IT산업 전망

지난 9월 11일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의 장·단기적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까. 대다수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확실한 전망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 시장 조사 기관인 캐너스 인스탯 그룹(Cahners In-Stat Group http://www.instat.com)은 9.11 테러 이후의 산업 상황과 앞으로의 전개 방향 등에 대해 조망한 ‘What Has Emerged from Chaos?’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다음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세계 경제가 지난 9.11 테러의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테러 사건으로 자유 세계 경제 기초에 균열이 더욱 벌어지면서 문제점들이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조·복구·재건축 과정을 위해 현재 약 400억∼500억달러의 자금이 투입된 가운데 투자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액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경제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하이테크 산업 분야의 경우 경제적 안정과 매출 및 주문의 반등이 향후 12개월간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인가 질문해 봐야 한다. 전반적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경제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하이테크 분야도 함께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단 경기가 바닥에 닿으면 2000년도의 높은 수준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올해 반도체 산업은 2000년과 비교할 때 30∼35% 정도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반도체 산업이 내년에 예상대로 26% 성장한다고 해도 2000년도에 기록했던 2000억달러 수준에 도달하려면 300억달러가 부족한 형편이다.

 ◇신경제=지난 수개월간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살펴보았을 때 신경제는 불확실성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업체들은 이전까지 구입한 기술 서비스와 솔루션이 자신들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에 사로잡혀 있었으며 그 목적지가 과연 시간과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는지 궁금해 하고 있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금 분명해진 것은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단기(6개월) 전망=캐너스 인스탯은 향후 6개월간 미국 업체들은 단기 하이테크 투자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11 테러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지금 업체들은 직원사기 저하, 혼란된 공급망, 낮은 현금 흐름, 수요 감소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 결과 특히 하이테크 솔루션에 대한 자본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나은 데이터 보안 보호 기능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단기적으로 외주 서비스, 예를 들면 호스티드 애플리케이션 및 인프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 6∼12개월) 전망=뉴욕시는 이번 테러로 피해를 입은 회사와 개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5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자본 유입은 낮은 이자율과 맞물려 2002년까지 경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때가 되면 하이테크 제품 및 기술, 장비에 대한 주문이 쇄도하여 하이테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경제적 전망이 밝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02년에도 IT 투자가 예년의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이테크 제품 및 서비스의 경우 투자에 앞서 면밀한 조사가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12∼24개월) 전망=장기적으로 1∼2년 후를 내다볼 때 전망은 더욱 긍정적이다. 기업 인프라의 복구 및 강화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가 보안 및 안전에 대한 요건 강화와 결합하여 질식 직전에 있는 미국 경제의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굴뚝 기업과 하이테크 기업 사이에 건전한 현실주의가 확대되면서 하이테크 기술과 서비스의 실용적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주요 산업들이 적자에서 벗어나고 재고가 줄어듬에 따라 2003∼2004년에 다시 한번 경제가 활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9.11 테러에 대한 심리적 충격은 일정 기간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보안을 강화할 것이다. 이는 기업의 종업원 사이에 심리적 문제를 발생시켜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에 타격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부문에 미치는 영향=9.11 테러는 네트워킹 및 통신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기업의 지출은 약간 영향을 받게 될 것이지만 신기술(WLAN 및 랜 텔레포니)과 네트워크 업그레이드(기가비트급 이더넷) 분야는 각광 받게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업체들이 성능 향상에는 도움이 되나 크리티컬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그 대신 방화벽, 인증, 가상사설망(VPN) 같은 네트워크 보안 기술의 이용을 늘림과 함께 단기 ‘방어막의 구축’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안=보안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 시장은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높은 성장률을 보인 분야 중 하나였다. 이번 테러가 있기 전에 방화벽 및 VPN 기기 시장은 10∼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앞으로는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게 될 것이다. 9.11 테러는 네트워크 보안 기술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자사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무선랜=이번 테러로 IEEE 802.11 그룹의 9월 회의가 취소되었다. 11월까지는 회의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취소됨으로써 2.4㎓ 대역에서 고속통신을 위한 802.11g 표준의 비준이 지연될 것이다. 이 표준은 802.11a 표준 대신 저렴하고 기존 표준과 호환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텔 같은 벤더들의 802.11a 솔루션이 올해 말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개월간 표준 비준이 지연됨으로써 시장에 중요한 변수가 발생했다.

 또한 이번 회의의 취소 때문에 보다 향상된 WLAN 보안 표준인 802.11i의 비준도 역시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상된 비표준 보안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다른 실험적이고 새로운 기술과 마찬가지로 802.11a 시스템은 업체들이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해 방어조치를 마련하고 자원을 보존하고자 함에 따라 확산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MTU 및 공용 브로드밴드=이번 테러로 가장 위태롭게 된 시장 중의 하나는 공용 브로드밴드 시장이다. 공항 라운지, 인구 밀집 장소 등을 대상으로 하는 공용 브로드밴드는 공항 보안이 강화됨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미국과 전세계의 공항에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이것은 사람들이 공항 내 식당, 가게, 라운지를 방문하는 사람도 줄어든다는 의미이고 그렇게 된다면 공용 브로드밴드의 확산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MTU의 시장의 경우 세계무역센터 같은 고층빌딩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였던 상용 MTU 사업자들은 일부 세입자들이 유명 고층 빌딩으로부터 빠져나가려고 함에 따라 영업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WAN(광역통신망)=뉴욕시내에 설치된 버라이존(Verizon)의 시설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일부 통신 장비 공급업체가 반짝 경기를 누리게 될 전망이다. 이미 버라이존은 무역센터와 인접한 한 건물에서 파괴된 350만서킷 중 일부를 재라우팅하기 시작했다. 또 원격전화회의, 원격영상회의의 증가로 고속 서비스, 부가 지원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 날 것이다. 따라서 광네트워킹 및 광역통신 장비 공급업체 뿐 아니라 서비스 사업자도 수혜를 입게 될 것이다.

 ◇기타=경제가 계속 침체 국면으로 치달음에 따라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지도 모를 전망이다. 랜 부분은 모든 업체에 있어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미 관련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의 새로운 장비 판매는 새로운 사무실이나 업그레이드를 위한 교체 물량이었기 때문에 네트워킹 장비에 대한 투자는 전반적으로 위축될 것이다.

 하지만 기업가들의 출장 여행이 줄어들면서 기존 통신 인프라의 사용 증가로 이어져 일부 분야는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원격전화회의, 통신망을 이용한 온라인 협력 같은 랜 기반의 통신을 위한 장비 시장이 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캐너스 인스탯은 세계 산업의 현재 상황을 평가해본 결과 이번 테러만 발생하지 않았다면 2002년 1분기에 전세계의 전자 제품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로 올해에는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게 됐으며 기술 시장은 향후 1년간 몹시 괴로운 ‘전투’를 벌여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음성, 데이터, 영상 형태로 정보와 오락을 제공받기 원할 것이고 이에따라 이를 제공하기 위한 반도체, 장비, 서비스, 인프라 시장은 장기적으로 볼 때 계속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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