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실리콘밸리의 인도인 기술진이 9·11 테러참사의 역풍에 휘말려 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인력난 때문에 최근 몇년간 H-1B 임시 취업비자로 미국에 건너온 이들은 첨단기술산업의 열기가 식자 곧바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거나 미국 체류를 포기한 채 귀국을 서두르고 있으며 일부는 체불된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 고용주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테러참사 이후 실리콘밸리내 남아시아계 외국인 근로자의 실태를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인 퍼비 크리스티 조할은 “H-1B 비자로 들어온 취업자들이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H-1B 취업비자 근로자의 규모는 결코 만만치 않다. 미 이민국(ins.usdoj.gov)이 지난해 승인한 H-1B 비자 신규발급 건수만도 무려 16만3200건에 달할 정도다. H-1B 비자는 국적에 상관없이 발급되나 실제로는 인도의 기술인력에게 거의 절반이 돌아가고 있다.
H-1B 근로자들은 특정 업체에 종사한다는 조건으로 비자를 받기 때문에 해당 직장이 사라지거나 본인이 해고될 경우 비자 자체의 효력이 상실된다. 일단 일자리를 잃으면 출국해야 하거나 H-1B 비자의 보증을 맡을 새로운 고용주를 찾아야 한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첨단업계의 대량 감원에 기겁한 인도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스리드하 가담은 일찌감치 귀국 결정을 내렸다. 그는 슈룸버거오일서비시스(connect.slb.com)에서 4개월전 해고당했다. 가담의 가족은 가재도구를 처분한 뒤 인도로 돌아갈 예정이다.
의사인 그의 아내 역시 최근 미국에 건너왔으나 남편이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졸지에 곧바로 귀국해야만 하는 신세가 됐다. 3년간 베이 지역에서 거주한 가담은 영주권 취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새 일자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H-1B 비자 소지자를 채용하려는 고용주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기술인력이 남아도는 판에 번거로운 신분보증 절차를 밟아가면서까지 외국인 기술자를 고용하려는 고용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경제사정이 더욱 악화되면서 노동부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출신 임시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결성된 뉴저지의 ‘이민자 지원 네트워크’는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H-1B 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대개의 경우 이들을 직접적으로 고용하는 측은 인력조달업체다. 이들은 해외에서 기술직 근로자들을 모집해 일손이 부족한 미국내 업체에 알선해준다. 물론 H-1B 비자 관련 업무도 이들이 대행한다.
그러나 경기가 뒷걸음질치면서 일명 ‘보디숍’으로 통하는 인력조달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외국인 인력을 찾는 미국 업체들이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인력조달업체들은 자신들을 모집한 외국인 기술진에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임금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법대로 잘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출신의 고팔 차파라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 받지 못한 임금이 3만달러나 돼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그가 일했던 일리노이주의 컴데이터컨설팅(comdataus.com)이 임금체불 사실 자체를 아예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컴데이터는 지난 2월 차파라를 해고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차파라는 컴데이터를 일리노이주 노동부에 고발했지만 미 정부는 그가 근무한 사업장이 네브래스카주에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고발장을 접수하지 않았다.
차파라는 뉴저지주 뉴어크의 친구 집에 머물면서 일자리를 찾아봤으나 아직까지 백수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는 향후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를 생각해 배상금 일부를 떼어준다는 조건으로 소송을 맡아줄 변호사를 찾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변호사들은 차파라와 같은 경우는 법정까지 가기도 어렵다며 약속이나 한 듯 손을 내저었다.
비스와지트 디 역시 차파라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다행히 디는 자신을 미국에 데려온 샌타클래라의 인력알선업체로부터 1만5000달러의 체불임금을 받아냈지만 새 고용주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고열 때문에 4일간 병상에 누워있어야 했던 그는 현 고용주가 계약서에 약속했던 의료보험 혜택을 주지 않아 병원에도 갈 수가 없었다. 디는 고용주에게 항의했으나 회사측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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