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지음 -돌베개 펴냄
“사람의 많은 부분이 상황에 따라 굴절되어 표현됨과 동시에 반대로 상황이 사람의 많은 부분을 굴절시킨다는 사실을 수긍한다면 우리는 상황과 인간을 함께 타매(唾罵)하거나 함께 용서할 수밖에 없다는 겸손한 생각을 길러야 합니다.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그 판단의 주체가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 눈이 달리게 마련이고 자신의 그릇만큼의 강물밖에 뜨지 못합니다. 이러한 자신의 제한성과 특수성을 올바로 깨닫지 못하는 한 자기의 생각과 견해를 넓혀나가기는 몹시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메모: 살아가다 보면 늘 우리에게 도전의식을 던져주기도 하고 절망의 나락으로 우리를 집어던지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완전성, 완벽성이 아닐까 싶다. 인간으로서 보다 완전해지고 싶고 우리를 옭아매는 유한성을 뛰어넘고 싶은 소망. 그 소망에 이끌려 끊임없이 노력하다가도 그 소망과는 너무 동떨어진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던 시절이 길든 짧든 세월의 한자락을 차지하고 있음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상황과 한계를 뛰어넘어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런 자신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던 한시절, 자신에 대한 절망과 미움이 타인에 대한 불신과 미움으로 전이되곤 하던 ‘삶의 그늘’이 극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드리워져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자신도 감당 못할 잣대를 타인에게 들이밀며 강요하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신의 시각을 강요하던 어리석음에서 이제 자유로워졌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지 못하듯 타인의 어리석음도 용서하지 못하던데서 벗어나 상황에 의해 굴절될 수 있는 자신의 유한성과 연약함, 편향성을 인정하고 있는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만이 타인을 진정으로 껴안을 수 있으며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열 수 있다는 연륜(年輪)의 가르침에 귀기울여볼 일이다.
내가 힘들면 다른 이들도 힘들 수 있음을, 내가 쓰러질 수 있다면 다른 이들도 쓰러질 수 있음을 아는 것, 내가 신음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꾹꾹 참고 있다면 다른 이들도 수많은 갈등과 아픔 속에서도 소리지르지 않고 견뎌내고 있으리라는 타인에 대한 ‘조그만 배려’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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