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하반신 장애인인 테드 허튼씨는 요즘 인터넷에 푹 빠져있다. 인터넷은 필요한 정보는 물론 전자상거래, 온라인뱅킹, 사이버트레이딩 등 그의 생활 패턴을 크게 바꿔놨다. 지난 2월 장애인 정보화 교육장인 HAD(Havering Association for People with Disabilities)가 주최한 ‘장애인 정보화 학교’에 참여해 PC 사용방법과 인터넷 교육을 받은 효험(?)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런던에 사는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두번 버스로 30분 거리인 하버링에 위치한 HAD에 나간다. 교육생이 아니라 교사의 자격으로 나간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4주간의 정보화 학교를 마친 후 5개월간 추가 교육을 받고 지난 9월부터 자원해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돈은 한 푼도 받지 않는다.
테드 허튼씨는 “HAD에 나오기 전엔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TV 채널 돌리는 일외엔 관심있는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PC로 게임도 즐기고 HAD 회원들과 인터넷 채팅도 한다”며 “정보화가 장애없는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HAD는 런던 광역시 자치구의 하나인 하버링에 위치한 장애인 정보화 지원단체다. 70여개 장애인 그룹과 연계해 장애인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그룹 회원이 아니더라도 장애인이면 누구나 교육 참여가 가능하다. 영국 정부가 자국민의 정보화를 위해 전국적인 망을 구축중인 UK온라인센터의 일원이기도 하다.
메리 카폰 HAD 소장은 “대규모의 시설을 보유한 단체는 아니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정보기술(IT)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HAD는 장애인 전용 PC 1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타이핑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PC들이 대부분이다. 아예 팔이 없거나 사용이 불가능한 사람을 위해서 머리나 어깨로 두드려 작동하는 마우스가 눈길을 끌었다. 음성인식 등 장애인을 위한 보조 소프트웨어도 장착됐다. 리처드 발독 교육담당자는 “지난 94년 일반 PC 2대로 장애인 정보화를 시작한 HAD가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장애인 전용 정보센터의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선 7명의 IT 강사가 교육을 맡고 있다. 6명이 자원봉사자며 이중 절반은 테드 허튼씨처럼 HAD에서 정보화 교육을 받은 장애인이다. HAD를 중심으로 장애인 정보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선순환 고리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말을 못하거나 듣지 못하는 장애인의 교육을 위해 일주일에 3, 4명의 수화(signer) 자원봉사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3년전 HAD를 처음 방문해 교육을 받고 지금은 지역대학에서 컴퓨터 과정을 공부중인 이브 로씨는 “이곳에서 정보화 교육을 받으면서 장애를 딛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대학에서 컴퓨터를 과정을 마치고 HAD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위해 지금은 수화를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편안한 분위기 조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남들과 접촉을 꺼리는 장애인들이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교육을 받기 위해선 심리적인 측면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메리 카폰 소장은 “런던의 주요 대학에서 장애인 대상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초보자들의 참여는 미미하다”며 “HAD는 1대1 교습을 통해 처음 정보화 교육을 받는 장애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터 운영을 위한 자금조달이 늘 문제다. 하버링 의회가 70% 가량을 지원하고 지역자선단체, 복권펀드, 중앙정부 등에서도 지원금이 나오지만 넉넉하지는 못한 형편이다. 현재 교육과 기술부가 운영하는 펀드에 운영자금 2만5000파운드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카폰 소장은 “센터 운영을 위한 재원이 부족한 게 늘 아쉽다”며 “자금이 추가로 지원되면 우선 시설투자에 사용, 더 많은 장애인이 정보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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