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45)타입토크 콜센터

 영국의 리버풀은 비틀스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수만명의 관광객이 비틀스가 걸었던 매튜 거리를 찾고 있다. 그 메튜 거리를 지나 해양박물관으로 유명한 머지 강으로 가다보면 타입토크(Typetalk) 콜센터가 강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콜센터인 타입토크는 입구부터 보안이 철저하다. 교환원이 청각장애인과 일반인의 전화를 텍스트와 음성을 사용해 연결해주는 이 곳의 특성상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12시간을 비행기로 날아온 이방인들에게 예외는 아니었다. 입구에서 10여분을 기다리자 약속했던 레그 맥로린 홍보담당 매니저가 나와 내부로 들어갔다.

 타입토크는 청각장애인의 문자전화기에 일반인의 음성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콜센터다. 일반인이 말한 내용을 중간에서 교환원이 텍스트를 PC에 입력하면 청각장애인의 문자전화기에 뜨는 방식으로 대화가 진행된다. 청각장애인은 음성이나 텍스트로 대화 내용을 전달만하면 된다.

 지난 92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콜센터는 현재 영국 전역에서 월 2만4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숙련된 교환원만 500명이 넘는다. 웬만한 대기업의 콜센터를 운영하고도 남을 인력이다. 그만큼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레그 맥로린 매니저는 “교환원들이 1년 365일 24시간 교대로 운영하고 있다”며 “타입토크를 이용하는 청각장애인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1200만통이 넘는 전화가 타입토크를 통해 연결됐다.

 타입토크는 유료 서비스지만 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우선 교환원이 텍스트를 입력하는 시간은 전화요금에서 제외된다. 또 장애인은 타이핑 시간의 60%만 청구된다. 청각장애인이 일반인과 동등한 수준의 비용으로 전화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기위한 것이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타입토크를 방문하고 돌아갔다. 오스트리아 등 주로 장애인 복지정책이 잘 돼 있는 유럽국가들이 많다. 타입토크의 벤치마킹을 통해 자국에 맞는 청각장애인 콜센터를 세우기 위해서다. 지난 2월 이곳을 방문한 그리스는 최근 청각장애인 콜센터를 열고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타입토크가 이처럼 세계 각국의 부러움을 사는 청각장애인 전용 콜센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의 최대 통신서비스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BT는 매년 타입트크에 1000만파운드(약 190억원)와 함께 통신시설과 전화요금 감면도 지원하고 있다. 그는 “BT가 최근 수익감소로 고전하고 있지만 콜센터 지원에는 변함이 없다”며 “최근 콜센터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통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인들은 타입토크를 이용해 일자리 얻기도 한다. 장애인과 전화통화를 하는 일반인들이 대화파트너인 청각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타입토크의 설명이다. 타입토크 서비스를 이용해 은행업무나 물품구매를 하는 장애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영국 국가번호와 서비스를 이용할 전화번호 앞에 1-8001이나 1-8002를 누르면 타입토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영어만 지원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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