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리사인사가 내년 3월부터 국내에 제공한다고 발표한 웹넘 서비스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리사인이 준비중인 웹넘은 기존에 발표했던 인터넷 키워드 서비스 ‘한글.com’의 편법이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 특히 베리사인은 ‘한글.com’ 서비스를 등록비만 받은 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법적소송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발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베리사인 ‘웹넘’의 실체=베리사인은 최근 무선 전화나 PDA 사용자가 도메인 주소를 번거롭게 입력하는 대신 전화를 걸 듯 숫자만 눌러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웹넘 서비스를 한국에서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베리사인은 자사의 웹넘이 통합 식별번호 체계인 ‘이넘’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완성한 모바일 인터넷 번호체계라고 덧붙였다. 이넘이란 ‘E넘버링(Enumbering)’의 줄임말로 공공 전화망의 번호와 e메일 주소를 하나로 통합해주는 프로토콜로 전화·팩스·인터넷주소·e메일을 따로 기억할 필요 없이 하나의 식별번호만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서비스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 서비스가 지난해 발표했던 한글.com의 변종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서비스는 영문 도메인을 키패드 숫자로 바꾸는 방식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삼성닷컴(samsung.com)’을 입력하려면 영문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7267864)’를 누르고 .com을 선택해야 한다.
한글을 입력하던데서 영문을 단순히 숫자로 변환하는 식으로 이용방법만 바꾼 셈이다. 서비스 시점 역시 이넘 개발에 앞서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5월로 잡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3월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베리사인의 속셈=업계에서는 한마디로 웹넘이 한글.com 키워드 서비스를 포장만 다르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자개발했다는 기술 역시 사이퍼스·KT정보통신 등 국내업체가 이미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특별한 게 없다는 것이다. 한글.com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발표해 등록비로 수십억원의 로열티를 챙긴 상황에서 베리사인의 속셈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한글.com 서비스의 잇딴 연기로 입지가 좁아진 베리사인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사업이 아니겠느냐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베리사인측은 “한국은 인터넷 분야에서 광범위한 기술력을 확보해 웹넘 사업의 시험무대로 선택했다”며 “웹넘 서비스를 받게 되면 사용자는 알파벳으로 인터넷 주소를 입력하기 위해 수많은 키를 누를 필요 없이 숫자로 입력해 빠르게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베리사인 웹넘 서비스는 이 같은 비판 여론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서비스를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의 협력이 절대적인데 사업자 역시 정통부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소관이라고 한 발 물러 선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일정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측은 “간접적인 통로를 통해 베리사인 웹넘 서비스를 검토했지만 모바일 용 키패드 입력 방식으로 한글.com 서비스의 변종에 불과해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며 “국내에서는 정부 주도로 웹넘을 포함한 이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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