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변화하는 사회, 다양한 가족

 ◆변화하는 사회, 다양한 가족

 이동원 외 공저 / 양서원 펴냄

 

 가족은 오랫동안 사회구성의 원형이자 기본 단위로 간주돼 왔다. 따라서 가족은 여타 사회조직이나 제도체에 비해 외적 변화와는 상대적으로 무관한 안정적 집단의 전형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사회변동의 진폭이나 속도가 날로 배가되는 오늘날에 가족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상응해 양적·질적으로 크게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은 어울려 살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초적 사회단위로 장기간의 자활능력 연마기간을 요하는 인류의 생존에 기여해왔다. 따라서 원초적 생활공동체로서의 가족은 그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기구가 출현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존속할 전망이다. 단지 종전 형태의 가족은 시대 여건에 따라 그 구성이나 성격을 달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난 30여년간의 ‘압축적 성장’ 과정으로 우리사회의 가장 보수적 부문의 하나로 꼽혀온 가족체계도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다양한 가족’은 이같은 현대 한국 가족의 변화상을 냉담가족·독신가족·재혼가족·이혼모가족·무자녀가족·입양아가족·노부부가족·장애인가족·비(非)혈연 집단가족 등 ‘대안가족’의 범주에 속하는 다양한 가족유형들을 인터뷰 방식을 통해 분석한 사례연구서다.

 현대가족의 변화상은 ‘제도가족에서 우애가족으로’라는 명제로 축약되곤 한다. 전통적 가족윤리나 가족규범의 영향력이 약화된 대신에 개별적 욕구에 근거한 가족원들의 상호작용이 보다 중요시돼 간다는 추세를 대변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상대방의 심중을 헤아리는 일이 가족의 행복을 좌우하는 관건으로 대두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구습에 의거한 권위적·일방적 가족운영은 차츰 그 타당성을 상실하고 있는데 그같은 변화의 흐름을 우리는 다양한 대안가족을 사례로 한 상기 책자에서 역력히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역동적 상황은 가족생활의 변혁에 이바지해온 것이 사실이나 그러한 사태진전과 함께 삶의 고통이나 기쁨이 가족공동체 내에서 원활히 여과되거나 용해되지 못하고 있다는 새로운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의 진원은 새로운 가족적 실험에 대한 극히 부정적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만큼 지난날 혈연공동체의 전형으로 간주돼온 가족이 이제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려운 정서적 공동체로 변하는 현실을 직시해 ‘험한 세상 풍파의 보루이자 영원한 삶의 안식처’라는 낭만적 용어로 미화돼온 가족신화는 허상을 벗어버릴 때에 이른 것이다.

 저자들이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겸비한 여성학자들로 구성된 때문인지, 우리가 지금까지 익히 들어 알아온 사례가 대부분이었으나 크나큰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목들을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한 진술과 설명을 목표로 하는 학술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이나 논픽션 이야기처럼 부담없이 읽힌다는 점이 이 책이 지닌 매력이다.

 그러나 현존 가족상황을 실물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사례가 선정돼야 했으나 ‘우리는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성공 사례가 주류를 점하고 있다는 표본의 편향성을 아쉬움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가족연구팀의 ‘변화하는 사회, 다양한 가족’이라는 새로운 연구물은 사실상 사회 도처에 산재했으나 그간 관례적·고답적 입장 때문에 ‘비정상적 가족’으로 규정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대안가족의 현황을 적극적으로 묘사하고 분석하고자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은 모든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일상현실의 전형임에 틀림없다. 가족 없이는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고 아직은 가족 없이 온전히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본다. 이같은 보편적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 사람들이 가족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단정하는 듯하나 바로 그러한 일상성·친숙성이 그간 가족체계에 누증돼온 엄청난 변화를 감지할 수 없게 하지 않았나 싶다. ‘변화하는 사회, 다양한 가족’은 우리에게 현대 한국가족의 실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와 안목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의미있는 책이다.

 <김문조 고려대 교수 pkim8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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