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삼성전자 주가 논쟁

 삼성전자가 테러 이전 수준을 넘는 19만원대에 안착하면서 삼성전자의 적정가치에 대한 논란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 500원 오른 19만500원으로 마감돼 국내 증권사들이 단기 박스권으로 구분하던 13만∼18만원대의 상단을 돌파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이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삼성전자를 보는 시각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여전히 비관론자들은 삼성전자의 주가상승에 대해 단순한 외국계 자금유입에 따른 오름세로 펀더멘털의 근거는 미약하다고 공격하고 있다. 반면 이제는 좀 다른 관점에서 삼성전자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긍정적 주장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삼성전자에 대한 시각차이를 놓고 국내시장 전체에 대한 대리전 양상으로 풀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국내 주식시장 상승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는 사람도 있지만 증시가 바닥을 찍고 대세상승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분석가들이 공존하는 현재의 시장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비관론, D램가격을 보라=현물시장에서 반도체 D램가격의 반등신호는 전무한 상태. 비관론자들은 이런 반도체 업황의 개선조짐이 없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증권은 7일 삼성전자의 투자등급을 ‘시장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D램의 80% 이상을 소비하는 PC수요는 경기침체에 따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삼성전자·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여전히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D램의 공급과잉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정보통신사업의 호조와 TFT LCD의 가격안정이라는 호재를 갖고 있지만 D램사업의 호전없이는 주가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나 수요회복만이 반도체 경기침체를 탈피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내년 하반기 D램경기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은 유지하지만 현 주가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메리트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관론자들은 10월들어 D램 주요업체들의 재고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1분기 이후에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긍정론, IT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삼성전자의 강세에 대해 미 반도체주의 강세와 외국인의 매수세에 따른 심리적 요인으로만 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 미 반도체주의 강세와 외국인들이 왜 삼성전자를 집중매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19만원대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단기적인 차익매물이 나올 수는 있지만 상황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이번 삼성전자의 상승은 유동성에 의한 매수가 아니라 펀드멘털 측면에서의 매수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자신탁증권은 D램, 미 컴퓨터, 국내 IT산업 등의 재고수준은 크게 낮아졌으며 11월 중순부터는 현재의 실적보다는 내년 이후를 겨냥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보통신과 TFT LCD의 호조도 삼성전자 주가를 새롭게 보게 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단순한 제품가격이 아니라 시장의 지위를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홍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업체들의 제품이 다양해지고 선두업체와 군소업체간 차이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D램가격만을 놓고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옛날식 접근방식”이라며 “적자를 보고 있는 D램 부문을 포함해 삼성전자는 가전·단말기 부문에서 세계 일류 제품군을 내놓고 있어 향후 시장의 회복을 가정한다면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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