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코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

 행복에 대한 관객과의 교감.

 국내에서는 영어 원제인 ‘애프터 라이프’를 직역한 ‘사후’라는 제목으로 부산 국제영화제에 소개됐던 지난 98년 작.

 다소 낡은 느낌이 묻어나긴 하지만 ‘원더풀 라이프’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다.

 죽은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여행을 통해 감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절제된 호흡으로 인생과 사랑을 얘기한다.

 ‘원더풀 라이프’는 감독의 영화라기보다는 관객에 의해 완성되는 영화다.

 감독은 화면속의 다양한 인물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당신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를 묻는다.

 천국으로 가는 간이역 림보.

 모든 사람은 죽은 후 일주일간 이곳에 머물게 되고 그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 하나의 기억만을 가진 채 천국으로 가게 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면접관들의 임무는 자신들의 행복했던 순간을 쉽사리 찾아내지 못하는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도와주는 것이다. 대나무 숲에서 그네를 타며 주먹밥을 먹던 순간, 버스 차창 밖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던 순간까지, 70세 노인에서 어린 소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려 애쓴다.

 때론 자신의 인생을 기억하기 싫은 순간들 뿐이라며 외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차츰 자신의 기억속으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와타나베라는 노인은 선택의 마지막 날인 수요일까지도 자신이 살아온 70 평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선택을 도와주기 위해 면접관 모치즈키는 그의 인생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건네주는데, 와타나베의 아내인 교코가 자신의 옛 애인임을 알게 된다.

 그를 짝사랑하던 후배 시오리는 이미 죽은 교코의 테이프를 찾은 후 그녀가 선택한 순간을 모치즈키에게 보여준다.

 모치즈키는 교코가 평생 자신보다 먼저 죽은 그를 기억하며 살았고 죽는 순간까지 그와 함께 있던 순간을 하나의 기억으로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선택하며 떠나는 와타나베.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을 선택하지 못해 림보역에 머물며 면접관을 해야 했던 모치즈키가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선택하며 천국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은 인생을 바라보는 감독의 성숙함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원더풀 라이프’는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서로의 인생에 드리워진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에게 행복의 끈을 드리운다. 누군가의 기억속에 내가 행복으로 자리잡는다는 것. 그것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서로를 전염시키는 행복의 출발점이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