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원이 내년 1월 1일부터 실시할 계획이던 방송수신 튜너가 내장된 AV기기·복합전자제품에 대한 전자파내성(EMS)시험을 2004년 1월 1일까지 연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에 따라 CRT TV·VCR·오디오 등 28개 전자 응용기기류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은 별도의 EMS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당분간 관련 제품 출하가 가능해져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 튜너 내장기기에 대한 EMS시험 연기는 기표원이 국내 실정에 맞는 시험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입법예고부터 추진함으로써 처음부터 혼선이 예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기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국내외 여건상 향후 2년 내 시험 기준이 마련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기 때문에 2004년에 임박해 또 다시 시험을 연기하는 혼란이 재현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표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표원은 최근 전기용품안전관리법 제5조 2항의 규정에 의한 전기용품안전기준운용요령 중 부칙 EMS시험에 관한 경과 조치를 입안예고하면서 송수신 튜너가 내장된 AV 및 복합전자제품에 대한 EMS시험 적용시기를 당초 2002년 1월에서 2004년 1월로 2년간 연기하기로 했다.
기표원 측은 연기 이유로 전기용품안전기준을 국제기준(IEC) 체제로 제정 보급함에 있어 AV 응용기기의 EMS시험 기준이 유럽 PAL 방식으로 돼 있어 이를 우리나라 방송 방식인 NTSC 방식으로 개정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표원의 무리한 EMS시험 추진에 반발해온 업계 측은 “98년 입법예고 당시부터 이에 대한 기준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기준도 없는 시험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관련 업계가 많은 혼란을 겪었다”며 기표원 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기표원 박윤수 사무관은 “입법예고 당시에는 올해까지 국제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아직 국제 기준이 없어 미국과 일본은 규제를 안하고 있지만 EMS시험은 소비자 권익보호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연기를 거듭하는 한이 있어도 꼭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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