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다. 바야흐로 봉사활동의 계절이 온 것. 기업들의 봉사활동은 자칫하면 때마다 등장하는 생색내기에 그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들은 단순한 목욕봉사나 청소봉사 등을 벗어나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려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내 사회봉사단 사무국의 정세헌 과장(39)은 집에서 아들의 이발을 직접 해 주다가 문득 ‘이발을 봉사활동에 접목시킬 수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지난해 1월, 직장 동료 30명을 모아 ‘사랑손 봉사단’을 발족했다. 사랑손 봉사단은 정 과장처럼 집에서 취미로 이발을 시작했던 직원을 비롯해 군 시절 ‘깎새’로 이름을 날렸던 예비역, 미용봉사 자격증을 보유한 여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용인에 있는 세광정신요양원으로 향한다. 장비라야 가위, 빗, 가운, 거울 등이 고작이지만 어느 이발소 못지 않게 정성들여 이발을 해준다. 특히 질병으로 응어리진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말을 건네며 봉사보다 더 큰 사랑을 전달한다.
정 과장은 “토요일 오후를 이발 봉사에 모두 할애하고 나면 이마에 땀이 맺히지만 80∼90명이 말끔한 모습으로 기분 좋은 인사말을 건네면 피로가 모두 풀린다”고 말했다.
사랑손 봉사단의 소문이 알려지자 봉사요청도 늘어나고 회원도 60여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이들은 세광정신요양원 외에도 수원의 정신지체아 특수교육기관인 자혜학교와 용인시의 독거 노인들에게도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기흥사업장에는 사랑손 봉사단 말고도 빵 굽는 봉사단 등 전문봉사단만 5개, 일반봉사단은 110개나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중 하나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죠”라며 정 과장은 쑥스러워했다.
삼성SDI 경영지원팀 e비즈 그룹 내 봉사활동팀 ‘한울타리’의 간사로 활동중인 윤광순 대리(33)는 지난 98년부터 불우아동시설인 효행원에 대한 봉사활동을 펼치던 중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
윤 대리는 PC나 인터넷에 대한 욕구가 한창일 나이에 기본적인 컴퓨터를 활용할 여건조차 안되는 아이들에게 자판 익히기부터 홈페이지 구축법까지 가르쳤고 99년 10월, 효행원 홈페이지(http://www.hyohang.com)를 탄생시켰다.
“스스로 홈페이지를 구축하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큰 의미”라는 윤 대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효행원을 알고 도움을 주고 있다”며 더 기뻐한다. 윤 대리는 요즘 아이들과 환경홈페이지(http://www.forgreen.co.kr)를 운영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이들이 생활주변의 불법쓰레기 투기, 공공기물 파손, 불법주차 등의 모습을 촬영하고 함께 생각해 봄으로써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윤 대리는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을 길러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른 초등학교나 환경단체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환경문제 개선에 효행원이 앞장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주관하는 여름 농촌 봉사활동에 계속 참가하며 농촌의 전기배선을 도와주던 삼성전기 금형제작팀의 김칠현 주임(32)은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 지난 8월 뜻이 통하는 5명을 모아 오물회(다섯명이 모여 노는 모임)를 결성했다.
봉사활동시 전기배선을 담당하거나 학창 시절 전기를 전공으로 한 인원들로 구성된 오물회는 한 달에 한번씩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의 집을 방문해 전기배선 공사를 한다. 지난 달에는 용인 지역의 독거노인 가정 4곳을 방문해 노화된 전선, 콘센트, 스위치 등을 교체해 줬다. 대부분 축사나 비닐하우스를 개조해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누전이나 화재의 위험이 대단히 컸는데 이들의 봉사활동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김 주임은 “대부분 혼자 사는 시골 노인분들은 간단한 전기 작업을 하기도 힘들어 불편하게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작은 일에도 기뻐하시는 그 분들의 얼굴을 보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월 2회 정기모임을 갖고 다음 방문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전기공사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는 오물회는 다음 달에는 확장 이전 공사를 계획중인 양평 평화의 집을 방문, 1박2일간 전기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김 주임은 며 “현재는 사내 봉사팀에서 조사된 불우이웃들을 방문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오지마을을 직접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라며 “봉사활동에 함께 하고자 하는 직원들이 많아 ‘오물회’라는 이름을 지켜내기가 힘들 정도”라며 활짝 웃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두산에너빌리티, 사우디서 또 잭팟... 3월에만 3조원 수주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