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수의 편의를 도모하고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e메일을 통한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을 이용한 수업이 사이버 공간의 불합리한 여건과 학생들의 참여율 저조 등으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
한양대에서 ‘언어와 문화’ 강의를 맡고 있는 국문과 조성문 교수는 최근 조별 리포트를 부과하여 이를 조원 명단과 함께 강좌 전용 홈페이지에 올렸다.
각 조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처지에 선뜻 나서 작업을 수행하려는 학생이 없었으며 온라인의 특성상 역할 분담이 쉽지 않았다.
이 강의를 듣고 있는 국문과 정경은씨는 “조원간 어색함을 고려해 인터넷 채팅을 통해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고 역할을 분담하고자 했으나 토론을 주관하는 사람이 있다해도 참가자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결국 1시간이 넘는 산발적인 회의끝에 참가자들은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내일 만나서 얘기하자’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고 채팅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처럼 교양수업의 경우 서로 낯선 학생들간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작업을 수행하는 데는 많은 무리가 따르고 있다.
이는 가상 공간이라는 특성으로 말미암아 학생들이 소속감을 잃기 쉽고 조장이나 반장과 같이 공동의 업무를 이끌어갈 학생을 선정하기도 어려운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학점 관련 사항이나 수업 자료에만 관심을 갖는 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다.
강의 홈페이지나 카페 등 메뉴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수업 내용에 대한 토론이나 학생들간 커뮤니티 증진을 위한 게시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양대 교양강의 중 ‘정치 사상의 이해’의 경우 교수가 다소 난해한 교재의 내용에 대해 홈페이지 Q&A게시판을 통해 학생들간 자유로운 토론을 개진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을 뿐 게시판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교수나 조교가 올려놓은 게시물도 리포트와 관련이 없을 경우 조회수는 한 자릿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학탐사보도’라는 강의를 맡고 있는 신문방송학과 권광인 교수의 경우 매 수업 시간마다 강의 자료를 10부 이상 준비, 이 자료를 수업 며칠 전에 학생들에게 메일로 보내준다.
그러나 네트워크 에러로 메일이 전달되지 못하거나 미처 메일 확인을 못한 학생들이 매 시간마다 10명 내외로 발생, 수업능률이 떨어지고 있다.
한양대 한 교수는 “인터넷을 강의에 도입함에 있어 학생과 교수의 보다 진취적인 자세,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온라인을 도입한 수업은 시기상조”라고 인터넷을 이용한 강의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명예기자=권해주·한양대 postman66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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