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미 테러이후 재택 근무 급증

 【iBiztoday.com=본지특약】 IT 전문 프리랜스 기자인 준 랜호프는 지난 89년 로마 프리타 지진 당시, 자신이 일하는 샌프란시스코 시청건물 지하 사무실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다행히 랜호프는 사무실에 없었지만 지진 피해는 그녀가 사무실 근무를 기피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그녀는 대신 상사 허가로 ‘텔레커뮤터(재택 근무)’ 기자로 변신했다.

 미 테러참사 이후 이같은 텔레커뮤터가 미 전역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테러공포로 고층건물에서 일하기보다는 집에서 근무하려는 미국인들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이를 적극 반영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실 유지비용 절감과 생산성 제고, 직원 이직률 저하 등 부수적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메릴린치(ml.com)는 최근 재택근무 신청을 받은 결과, 1500명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com)는 직원 340명에 대해 추가로 텔레커뮤터 근무방식을 도입했으며 버라이존(verizon.com)은 U리치테크놀로지스(ureach.com)와 제휴해 ‘가상 통신 허브’를 도입, 직원들이 근무지에 상관없이 음성메일과 e메일·팩스·파일 등을 송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변화로 텔레커뮤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T매니지(tmanage.com)의 경우 최근 문의가 테러 직후 3배 가량 증가했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나 원격지 근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매니지의 캐리 밸저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재난예방 차원에서 텔레커뮤터식 근무방식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북캘리포니아 텔레워크 아메리카 서밋’의 공동 의장도 맡고 있는 랜호프 기자는 “전에는 단지 호기심 정도로 그쳤던 기업들이 테러 이후 텔레커뮤터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들이 단지 자료를 별도 보관하는 것뿐만아니라 테러에 대비해 직원들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변화는 이미 통계수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텔레워크협회(telecommute.org)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 텔레커뮤터 수는 17% 증가한 2880만명에 달했다. 미국 직장인 5명 중 한 명꼴이다.

 최근 AT&T(att.com)가 후원한 여론조사에서도 텔레커뮤터의 80% 가량이 회사 업무에 이전보다 집중하게 됐으며 응답자 중 75%는 생산성과 업무 수행능력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진과 홍수 등 각종 재난사고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상당수 직장인들이 텔레커뮤터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로스앤젤러스의 노스리지 지진 이후 70만명 가량이 텔레커뮤터로 변신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찰스슈왑(schwab.com)·시놉시스(synopsys.com)·시스코시스템스(cisco.com)·아이삭(issac.com) 등은 테러가 있기 전부터 텔레커뮤터 방식을 채택한 업체들이다.

 고용알선업체인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hallengergray.com)의 존 챌린저 CEO는 “미 테러로 앞으로 기업 업무양식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무엇보다 기내와 특정 사무실에서의 근무가 불가능할 때에도 재택근무와 영상회의 등을 통해 업무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최신기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이슨임기자 jaso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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