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명저>민족지성의 탐구

 민족지성의 탐구 -송건호 지음 -창작과비평사 펴냄

 

 “지식인이 자기의 주체성을 견지하지 못하는 까닭에는 두 가지 계기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사실(事實)’에 매몰되어 방향감각을 상실했거나 또는 이념의 과잉으로 사실이 무시되는 경우다. 이 두 경우가 다 같이 ‘현실’의 문제점에서 유리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 또 하나는 지식인이 가지는 그 권력지향적 성격이다. 권력지향적 성격은 이미 말한 바 있듯이 그 원인의 하나가 높은 경제적 의존성 때문이다. 경제적 의존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지식인이 가지는 권력지향적 성격이란 사실상 없애기가 불가능하다.”

 메모: 지식인이란 어떤 자일까. 우리가 지식인을 지칭할 때 단순히 많이 알고 있는 자를 뜻하지는 않는다. ‘학자는 연구를 생명으로 삼으나 지식인은 비판을 생명으로 삼는다’는 사르트르의 말을 굳이 따르자면 지식인이란 갖고 있는 지식(知識)을 토대로 전체적인 사회인식 속에 현실을 비판하고 민족에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주변에 있는 ‘만물박사’나 ‘걸어다니는 사전’들을 지식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인이라 불릴 만한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지식의 창출과 전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지식인다운 지식인’을 만나기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건 아마도 ‘균형감의 상실’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과 이념 사이에서 중심을 잡으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물신주의가 팽배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인 생활유지를 떠나 더 많은 ‘물질의 소유’에 의해 임의적으로 ‘층’이 나눠지는 세태에서 누군들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적어도 생활 기반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도록 권력 안에 안주하고 싶은 것 역시 대다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지식인의 각성, 지식인의 살아 있는 목소리는 여전히 그립기만 하다. 그건 아마도 이 사회의 장래가 그들의 역할에 달려 있기 때문이리라. 이 사회의 풍향계이자 나침반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는 그들의 존재가 우리 사회의 자존심일 수 있으므로.

 

 <양혜경기자 hk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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