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e메일서비스 `실리은행`사이트 개설 의미

 

 북한이 지난 10월 8일부터 시험서비스를 개시한 ‘실리은행(http://www.silibank.com)’은 외국인들이 북한 현지인과 e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최초의 인터넷 사이트라는 점에서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이 아직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리(實利)은행 사이트는 북한의 인터넷 대외개방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조치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실리은행의 해외-북한간 e메일 서비스 현황=실리은행은 지난달 초부터 회원 가입자에 한해 ‘전자우편주소@silibank.com’ 방식의 표준형 e메일 주소체계를 가진 북한인과 e메일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우편중계체계’ 서비스를 시험가동하고 있다.

 실리은행은 해외-북한간 e메일 중계를 위해 북한에서 멀지 않은 중국 동북부 도시인 선양과 평양에 각각 1대씩의 서버를 설치, 운영중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이트를 제3국인 중국이나 싱가포르가 아닌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점. 이와 관련, 북한은 평양내 626기술봉사소의 서버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7월 19일자 북한 로동신문에 소개된 626기술봉사소는 북한내 웹사이트 중에서 가장 낫다는 호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초기 서비스 구축단계인 실리은행은 현재 1시간에 한번씩 중국과 북한 사이에 e메일 중계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통신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24시간 상시접속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체계는 아직 전용회선이 아닌 다이얼업 모뎀방식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부터 회원을 모집중인 실리은행은 e메일 중계서비스 대가로 회원가입비(100달러)와 3개월치의 통신예약금을 받고 있다. 이같은 회원가입비는 북측의 범태평양조선민족경제개발촉진협회가 중국에 개설한 ‘조선인포뱅크(http://www.dprkorea.com)’의 가입비(일반회원 연간 300달러)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실리은행 전자우편 서비스 이용료는 10 이하가 1.5달러 정도인 것을 비롯, 10∼50 2달러, 50∼100 2.5달러, 1600 이상 49.5달러+(우편의 용량-1600 )×0.04달러/ 등 7단계의 요금체계로 나뉘어 있다.

 ◇인터넷 대외개방 수순인가=북한이 이번에 ‘실리은행’ 웹사이트를 개설한 것은 인터넷 개방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북한의 무역·정보기술 관련기관들이 해외에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중이긴 하나, 해외-북한간 e메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북측의 웹사이트로는 이번 실리은행이 최초인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아직 섣부른 판단이긴 하지만 이번 실리은행 웹사이트 개설은 향후 북측이 인터넷 활용을 더욱 개방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현재 북한은 내부적으로 주요 기관을 잇는 통신망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기술적으로도 인터넷 수용이 가능하지만 인터넷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일반 주민은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고 외국 사람들과 e메일을 주고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 대신에 북한은 국제전화선을 통해 중국·일본·싱가포르 등 해외에 설치된 서버에 연결해 제한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해외에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로는 중국에서 운영되는 조선인포뱅크를 비롯, 평양정보쎈터(PIC) 싱가포르지사(http://www.pic-international.com)가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인터넷 관련기술을 꾸준히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북한 내각의 위원회와 부를 비롯, 중앙기관, 대학, 연구기관, 주요 공장·기업소 등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광명’ 데이터 서비스망이 연결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 기관은 외부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해커 침입에 대한 보안기술 확보에 나서는 등 인터넷 개방을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IT전문가는 “최근 북한이 방화벽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 것을 볼 때 북측에도 곧 인터넷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실리은행 웹사이트는 향후 북한의 인터넷 개방으로 이어질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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