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숙박예약시스템 문제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내외 관광객들의 원활한 숙박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월드컵 지정 숙박서비스의 ‘실시간 예약시스템 가동’에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호텔급과 여관·연수원·기숙사·민박 등 총 두개로 나눈 숙박시설 예약시스템 가운데 우선 호텔급 예약시스템은 선수단·보도진·FIFA관계자 등 소위 FIFA 패밀리에만 역점을 두고 있어 일반 관광객들의 이용에 제한이 있고, 지정사업자인 바이롬이 시스템 구축의 전반적인 업무를 본사인 영국에서 처리하고 있어 단지 월드컵을 위한 일회성 시스템 구축이란 목소리가 높다.

 여관급의 경우에도 관할부처인 문화관광부의 현실성없는 지원, 해당업소의 예약시스템 인프라 및 인식 부족 등이 문제시된다. 이는 중저가 숙박시설이 전체 월드컵 수용객실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할 숙박시설임을 감안하면 향후 시스템 주관업체인 한국정보통신(KICC)의 예약시스템 확산과 문광부의 개보수 자금지원 확충 등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시스템 구축현황=특1·2급 호텔을 포함한 일반호텔은 FIFA의 공식지정사업자인 바이롬에서 ‘http://www.fifa-hotels.com’을 구축, 온라인으로 실시간 예약시스템을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사이트가 오픈된 상태로 올해말까지는 국내 200여개 호텔 2만개 객실을 확보하고 이를 바이롬이 개발한 바우처시스템과 연동시킨다.

 중저가숙박시설 예약시스템은 문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정보통신을 공급사업자로 선정하고 전국적인 중저가숙박시설의 통합예약망 구축사업을 추진중이다. 이미 실시간 예약사이트인 ‘http://www.worldinn.com’을 구축해 1700여개 개최지의 여관 정보를 수록한 상태며, DB작업을 다음달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예약시스템의 난맥상=호텔예약을 책임지고 있는 바이롬은 FIFA의 공식업체로 그동안 여러차례 월드컵 및 국제 스포츠행사의 객실예약을 담당한 바 있다. 문제는 바이롬이 구축하는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라는 것이다. 시스템 구축작업 역시 국내가 아닌 영국 본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향후 국내 호텔들의 이의 활용은 불가능하다.

 호텔측도 이러한 점을 감안, 모든 객실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 국내 호텔들은 월드컵 이후를 감안한다면 그동안 수년간 거래해온 국내 인바운드여행사 등에 객실유치를 맡기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다.

 중저가 예약시스템의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우선 국내 여관급들의 온라인 인프라가 열악하기 그지없다. 전국적으로 3000여개 여관, 7만 객실을 확보할 계획인 KICC는 이들 여관의 90% 정도는 웹환경이 통하지 않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투숙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하더라도 KICC가 해당 여관에 일일이 전화나 문서로 통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남는다.

 KICC는 이에따라 자사가 개발한 ‘멀티플 웹포스(multiple webpos), 이지웹’으로 인터넷상에서 예약과 주문을 실시간 처리토록 할 계획이지만, 이조차 전체 여관 가운데 50% 미만이 활용하고 있어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 단말기를 지정업소에 보급할 경우 당장 예산과 동업종 경쟁업체들의 특혜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 고민이다.

 ◇정부지원의 문제점=문광부는 호텔급 예약시스템의 경우 일단 조직위 관할이어서 별다른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중저가숙박시설의 경우 지정업소 명판 등에 3억원을 지원했고 개보수작업 지원명목으로 하반기 50억원, 내년에는 1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을 통해 ‘관광진흥개발기금’ 명목으로 지원되는 이 융자금에는 담보제공을 조건으로 달아 열악한 업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중저가업소들은 자체 건물없이 임대형식이기 때문에 신용담보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광부는 재경부의 원칙론을 들어 거부하고 있다.

 결국 온라인환경 구축, 객실서비스 개선을 위한 개보수 지원은 일부 대형업소에만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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