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바다로 오세요.’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오는 9일 여섯번째 항해길에 오른다. 세계 곳곳을 돌며 건져올린 60개국 202편의 영화가 불을 밝히고 관객의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시대의 아픔과 역사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부터 지역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신작에 이르기까지. 세계 수작들이 일제히 은막에 오르고 항구 부산은 다시 ‘시네마 천국’으로 탈바꿈한다.
오는 17일까지 9일간 펼쳐지는 이번 영화제는 ‘거장과 신예들의 만남’으로 요약된다. 허우샤오셴, 장이머우, 두샨 마카베예프, 장 뤼크 고다르 등 명장들의 신작부터 최근 세계각국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신예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예년보다 훨씬 다양한 상영작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김동호 PIFF 집행위원장은 “한국, 태국 등 아시아 영화계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역대 영화제 중에서 가장 많은 국가의 영화들이 초청돼 보다 다양한 영화문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작의 영예는 배창호 감독의 신작 ‘흑수선’에 돌아갔다. 살인사건을 통해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파헤치는 묵직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인터넷 예매 2분 58초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폐막작은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태국판 블록버스터 시대극 ‘수리요타이’가 선정됐다.
PIFF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영화를 집중 발굴, 상영한다는 것. ‘아시아영화의 창’ ‘새로운 물결’ ‘한국영화파노라마’ 등 세 부문에서 아시아 수작을 만날 수 있다.
26편이 소개되는 ‘아시아영화의 창’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세계 최초(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되는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행복한 날들’. 심술많은 여인과 순박한 은퇴 노동자가 안마방을 차리면서 겪는 변화를 그린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은거지로 알려진 칸다하르를 배경으로 한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칸다하르(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인도 미라 네어 감독의 ‘몬순웨딩(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일본 노장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다리밑의 미지근한 물(칸영화제 경쟁부문초청작)’ 등 기대작도 많이 몰려 있다.
경쟁부문인 ‘새로운 물결’에는 송일곤 감독의 ‘꽃섬’,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 등 11편이 올랐다. ‘한국영화파노라마’ 부문에서는 미개봉작 3편을 포함한 한국영화 11편이 상영된다.
65편이 출품된 ‘월드 시네마’ 부문에는 올해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화제작이 많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카트린 브레야의 ‘패트걸’, 올 칸영화제 시나리오상을 받은 슬로베니아판 JSA인 ‘노 맨스 랜드’, 레닌의 마지막 시절을 소재로 한 러시아 영화 ‘토러스’까지 다양한 작품이 상영된다.
특별전으로는 신흥 영화강국 태국의 화제작을 한자리에 모은 ‘태국영화 특별전’과 ‘신상옥감독 특별전’이 마련된다.
초청 게스트도 화려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배우 잔 모로, 이마무라 쇼헤이, 허우샤오셴(‘새로운 물결’ 심사위원장), 유고 출신의 거장 두샨 마카베예프 등이 부산행을 통보한 상태다. 영화제 기간중 열리는 프로젝트 마켓인 PPP(Pusan Promotion Plan)에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800여명의 각국 영화관계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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