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 도감청 완화 대테러법 서명

 미국이 테러 예방을 위해 사법·첩보기관의 도감청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최근 사법·첩보기관의 도감청 장비 사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법무부가 일선 검사에게 즉각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대테러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부시는 이와 관련, “고도로 정교한 방법과 기술을 사용하는 현대의 테러리스트 때문에 대테러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법과 관련해 존 애시크로포트 법무장관은 이미 사이버 범죄 담당 연방 검사들에게 새 법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담은 30여쪽에 달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어소시에이티드프레스에 의해 검토된 이 가이드라인은 카니보·키로거(key-logger) 등 미 정부의 각종 하이테크 도감청 장비 사용에 대한 상세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FBI가 운영하는 인터넷 감청시스템인 카니보는 판사의 형식적인 승인만 얻으면 용의자의 전자우편을 감청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또 경찰은 앞으로 용의자의 가택을 소유자에게 말하지 않고 최대한 3개월까지 비밀리에 수색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애시크로포트 장관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에 새 역사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련 박스

 부시 대통령의 대테러법 서명을 계기로 미국의 사법·첩보기관이 운영하는 첨단 도감청 장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미 사법·첩보기관이 도감청에 동원하는 장비는 인터넷상의 외국인의 통신 내용을 전송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카니보’에서부터 컴퓨터의 모든 입력 내용을 전송해주는 장비인 ‘키로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제 FBI는 최근 도박사건 조사에 사용된 키로거를 지금까지 5대를 만들었다고 시인했다.

 FBI의 키로거는 용의자의 컴퓨터내에 비밀리에 설치해 놓으면 용의자 몰래 모든 키 입력 내용을 전송해주는 장비다. FBI는 이 장비를 해독하지 못한 데이터파일의 패스워드나 깰 수 없는 암호를 얻는 데 사용하고 있다.

 FBI와 보스턴·마이애미 경찰은 미 테러 참사와 관련된 금융거래 추적에 오션시스템의 디텍티브(dTective)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어비드테크놀로지의 2만5000달러짜리 장비와 함께 사용돼 은행이나 ATM의 감시카메라에 잡힌 비디오 화질을 극적으로 개선해준다. 일례로 잘못된 조명으로 쓸 수 없게 된 화면까지 재생해준다. 경찰에 비디오시스템의 운용을 교육시키고 있는 베르디안 도로시 스타우트는 “때때로 개선된 화질에 놀란다”며 “타버렸거나 젖은 비디오는 물론 조각난 비디오 화질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IA는 해외 첩보를 얻기 위해 각국어로 된 웹 사이트의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 분석가에게 표시해주는 ‘플루언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러시아어·프랑스어·일본어 등 9개국의 언어를 이해하며 현재 아랍어 번역 기능을 구현중이다. 또 CIA는 전세계 TV와 라디오 방송을 듣고 이에 대한 상세한 사항을 분석가에게 보고해주는 ‘오아시스’라는 장비도 보유하고 있다. 이 장비는 아직 5개 단어 중 1개 꼴로 오역을 하고 있으며 아랍어 회화체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CIA 고등정보기술사무소의 소장인 래리 페어차일드는 이 시스템에 대한 개선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IA는 최근 요원들이 극보안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내고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CIA라이브!’에 대한 시연도 벌인 바 있다.

 국방부의 컴퓨터범죄연구소는 분쇄된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를 살려내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정교한 상용 소프트웨어인 엔케이스를 사용해 컴퓨터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고 유죄입증 문서를 탐색한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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