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우리가 연다>(19)ETRI 나노전자소자팀

사진; 휴대형 워크스테이션의 실현을 위해 실리콘 미래 신소자 개발에 여념이 없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나노전자소자팀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문규·박종혁·이성재·하정숙 박사와 박경완 팀장.

 ‘언제 어디서나 대용량 통신이 가능한 휴대형 워크스테이션 시대를 우리 손으로 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천기술연구소 나노전자소자팀(팀장 박경완)이 5년 앞을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몰두해 있는 ‘실리콘 미래 신소자 원천기술’이 실현됐을 때 달라질 IT 세상의 모습이다.

 꿈의 이동통신이라 부르는 IMT2000 서비스도 사용자 수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마다 보다 나은 고품질의 정보와 통신서비스를 원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정보통신 시스템 및 단말기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용자 증가와 전송상 고용량의 요구가 서비스의 상대적인 질 저하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의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가 바로 ETRI가 심혈을 기울여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나노전자 소자 분야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테라비트급 이상의 초고집적성, 100㎓ 이상의 초고속 동작성, 극한의 저전력 소모성, 그리고 다중에너지 준위의 다기능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소자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대부분 이를 실현시킬 방법을 물리·화학·생물 등 기초과학과 전자·재료·화공 등 응용공학이 상호유기적·종합적으로 융합되는 나노기술(NT)에서 찾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래형 단위소자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총체적 기술이 나노소자 기술이며 이 기술에 필요한 범과학기술의 집합이 바로 NT다.

 ETRI가 개발 중인 ‘실리콘 미래 신소자 원천기술’은 절연막 위의 실리콘 박막을 이용하는 나노 트랜지스터, 다중 상태의 양자 다기능성 트랜지스터, 실리콘 게르마늄을 중심으로 하는 초고속 실리콘 헤테로 양자 트랜지스터와 광전 기능 소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초고집적 메모리·초고속 프로세서·무선통신 소자·광통신용 실리콘수·발광소자를 하나의 칩에 집적해 무선광통신 컴퓨터의 기능을 모두 갖춘 칩 위에 네트워크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ETRI는 게이트 길이 50㎚급의 실리콘 박막 나노 트랜지스터를 구현하는 기술 수준에 와 있다. 이 수준만 돼도 실리콘의 개념을 전자소자에서 광소자로 뒤바꾸고 현재보다 수백배에서 수천배 이상의 대용량 정보를 처리할 초고속 집적회로와 새로운 전광·광전 개념으로 작동하는 신기능 소자 실현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연구팀이 온 정열을 쏟고 있는 과제는 반도체 소자의 극초미세화에 따라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양자 효과들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신기능 나노 양자소자 기술이다.

 양자 효과에 대한 연구는 미국·일본 등에서는 벌써부터 진행하고 있는 연구 분야로 전자를 한 개씩 다루는 단전자 메모리와 트랜지스터 및 단전자 로직회로, 전자의 파동성을 이용하는 양자간섭소자와 양자 셀룰러 오토마타, 전자의 관통성을 이용하는 나노 관통 트랜지스터, 에너지 양자화를 이용하는 양자연산소자 등으로 분야를 세분할 수 있다.

 박경완 팀장은 “30년 전 108㎑의 인텔4004 마이크로 프로세서에서 지난해 0.18㎛세대의 트랜지스터를 집적시킨 1㎓의 인텔 펜티엄Ⅲ 프로세서 칩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전자소자의 소형화 기술은 크기로는 50배, 집적도와 칩의 속도로는 1만배 이상 높아지고 빨라졌다”며 이 분야의 급격한 변화 추세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팀은 올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5년간 이 사업에 총 20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쏟아 부을 예정으로 35㎚의 초미세 트랜지스터 공정기술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다.

 이 연구가 원만히 진행되면 향후 양자역학적 원리를 연산도구로 사용하는 실용성 있는 양자 컴퓨터의 개발도 먼 훗날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 박 팀장의 설명이다.

 박 팀장은 “선진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나노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었지만 후발주자인 우리 나라도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가 얼마든지 있다”며 “미래기술의 성패는 앞으로 나노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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