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사양·기능 `천차만별` 무작정 구입은 `금물`

  

 지난 26일 SBS가 수도권 지역에 디지털 지상파 본방송을 전격 실시하고 KBS와 MBC도 11월과 12월에 각각 본방송에 돌입키로 함에 따라 디지털TV와 세트톱박스 및 안테나 등 관련기기 제조·유통업체들이 판촉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과의 인식 격차가 너무 크고 유통업체들이 악용할 소지마저 있어 디지털 방송 시대 안착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디지털TV만 사면 고화질·고음질의 디지털방송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모처럼 만에 전자상가를 찾은 도봉구 창동의 주부 P씨(36)는 다양한 종류와 비싼 가격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자상가 점원의 친절한 설명은 그녀를 더욱 혼돈에 빠뜨렸다.

 “디지털TV는 크기도 29인치부터 71인치까지 있고 CRT·프로젝션·PDP 등 생긴 모양도 가지각색인 데다 화질에 따라 SD급과 HD급으로 나뉘고 세트톱박스가 내장됐느냐 안됐느냐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죠. 그런데 어디 사세요? 지역에 따라 실내외 UHF 안테나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실제로 디지털TV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최저 85만원대부터 240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국내 가전3사는 물론이고 소니·파나소닉·필립스·JVC 등 외국업체들까지 10여개 이상의 브랜드가 가세해 시중 판매모델수만 100여종을 넘고 있다.

 소비자들의 혼돈을 불러일으키는 점은 가짓수 뿐만이 아니다.

 HD급 방송수신을 위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세트톱박스의 경우 매크로영상기술, 인테그라정보통신 등 중소업체 2∼3곳과 가전3사가 내놓은 제품이 80만원대에서 120만원대까지 걸쳐 있다. 그러나 일선 상인들에 따르면 디지털TV를 구입하러 오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디지털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을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지상파 수신용 세트톱박스를 위성방송수신기 정도로 생각하고 20만∼30만원대 제품은 없냐고 문의하고 있다.

 또 디지털방송은 아날로그방송과 달라 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아예 방송이 안나오고 검은 화면만 잡힌다. 디지털 기술의 특성상 나오거나 안나오거나 둘 중 하나다. 수도권(관악산을 기점으로 이천(동), 인천(서), 평택(남), 의정부(북)를 잇는 동심원 내) 지역 안이라도 산악이나 고층빌딩 주변이면 신호가 잡히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안테나를 설치해야 한다. 용산 안테나 업체들이 부르는 평균 설치비용은 평균 25만원. 공청안테나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보편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더욱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디지털방송에 대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제품 팔기에 혈안이 된 업자들이 늘고 있는 것. 전용 세트톱박스 없이는 HD급 화질을 볼 수 없는 TV를 팔면서 “이거 하나면 다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판매행태를 보이는 곳들도 있다. SD급 제품의 경우 기존 아날로그 TV와 뚜렷한 화질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주지 않아 구입후 화질에 실망하고 반품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생겨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며 “디지털방송의 조기안착을 위해서는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기보다 제대로된 홍보에 우선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가전사와 방송사들의 홍보부족을 질책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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