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에릭 코넬(미국 콜로라도대학), 볼프강 케털레(미국 MIT대학), 칼 와이먼(미국 콜로라도대학) 등 3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그동안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상태(Bose-Einstein Condensate)’를 실험적으로 증명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주 미세한 세계는 서로 배척하는 페르미온(fermion)과 반대의 성질을 가진 보존(boson)이라는 두 개의 물질로 이뤄졌다는 것은 양자역학의 기본. 때문에 보존은 페르미온과 달리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
이같은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70여년 전인 지난 24년 인도의 보즈와 아인슈타인에 의해서다.
이른바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누구도 원자 상태에서 이같은 응집현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원자가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 원자가 움직이지 않는 온도, 즉 절대온도까지 낮추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같은 극저온 기술이 개발된 것은 90년대 들어서다.
극저온 기술이 개발되자 많은 과학자들이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상태’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3명의 과학자들은 바로 이 특정조건을 만들어 정지한 원자들을 벽돌처럼 쌓아올리거나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증해냈다.
코넬과 와이먼은 절대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에서 모디듐과 소듐 원자를 쉽게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 원자응집이 가능한 원소군이 실제 존재한다는 것을 밝혔다.
독일 뮌헨대학을 나와 현재 MIT 교수로 있는 볼프강 케털레도 독자적으로 나트륨 원자를 이용한 보즈-아인슈타인 응집물을 연구하면서 지난 95년 마침내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상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보즈 응집상태는 고체·액체·기체·플라즈마도 아니어서 ‘제5의 물질상태’로 불린다. 보통 방에 가둬놓은 기체 상태의 원자들은 제멋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온도를 절대온도 0도에 가깝게 냉각하면 수천, 수만개의 원자들이 마치 제식훈련하는 군인처럼 똑같이 움직인다. 또 이들 원자는 급격히 응축돼 물질의 밀도가 거의 무한대로 올라간다.
그래서 보즈 응집상태의 물질을 ‘인공 블랙홀’이라 부르기도 한다.
미국의 한 과학자는 “보즈 응집상태의 원자 2백조톤을 뭉쳐놓으면 블랙홀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상태에 대한 연구는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새로운 단서도 제공할 전망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보즈 응집상태를 만들고 제어하는 기술이 장차 나노기술과 정보통신 혁명의 요람이 될 것이란 점이다.
이 제어 기술을 이용하면 상상할 수 없이 작은 반도체칩이나 매우 정확한 원자시계, 정밀한 원자간섭계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 노벨상을 탄 MIT의 볼프강 케털레 박사는 지난 97년 균질한 원자들을 탄알처럼 쏠 수 있는 초보적인 ‘원자레이저’를 개발했다.
원자레이저가 완성되면 원자들을 기판 위에 쏘아 매우 작은 반도체칩이나 나노 수준의 초소형 기계를 만들 수 있다.
또 보즈 응집상태 물질로 빛을 제어하면 새로운 광컴퓨터·고속통신·디스플레이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콜로라도대학 http://www.colorado.edu/physics/2000/bec/
노벨재단 http://www.nobel.se/
근접장 이용 극한 광기술 연구단 http://cnat.snu.ac.kr/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http://www.kist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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