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음반은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핵심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을 대표해온 영상과 음반산업은 새천년을 기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사회 전반에 디지털혁명이 불고 있는 데다 이를 발판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속속 철수하고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시장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영상과 음반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21 디지털 신기술과 접목되면서 엄청난 잠재 수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영화·비디오를 중심으로)
국내 영상산업은 크게 영화와 비디오로 구분된다.
영화는 지난 60년대 이후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을 만큼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무사’ 등이 잇따라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면서 우리 영화사를 새롭게 쓰게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800만명의 관객동원, 100억원대의 제작비, 수백억원 규모의 흥행수익 등 메이저영화가 부럽지 않을 대박을 실현시켜주고 있다.
이에따라 영화전문 투자펀드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등 영화산업에 자금난에 시달리는 일반 산업과 달리 돈이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나 관련업계에서는 “그러나 우리영화의 내실적 성장은 외형적 그것과 전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박은 일부 극소수 작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해 수백 편씩 제작되는 수많은 작품은 개봉을 알리는 광고전단이 뿌려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극장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충무로는 물론 전문 투자가들 사이에는 이미 ‘영화산업이 결코 장밋빛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새롭지 않다.
영화산업을 원소스 멀티유저의 핵심콘텐츠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영화 제작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구체적이고 다양화돼야 한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우수 시나리오 공모 및 개발, 극영화 제작, 독립영화 제작, 영화인 복지 분야, 세제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 답보상태에 있는 통합 전산망을 구축함으로써 부진한 전산화 사업과 관객의 영화관람 편의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낙후한 배급구조를 개선하고 해외시장쪽으로 눈을 돌리는 일도 급선무다.
프로테이프시장은 말 그대로 죽을 쓰고 있다. 지난 96년 이후 매년 20%씩 축소되고 있는 프로테이프 시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40% 정도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기대했던 DVD시장도 예상과 달리 성장속도가 더디다.
프로테이프시장 축소는 인터넷 등 신기술 및 DVD와 같은 신매체 등장에 따른 것으로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로테이프 제작사들은 이에따라 다양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직영점을 점차 줄여나가는 대신 위험부담이 적은 대리점을 늘리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첨단매체인 DVD에 대한 사업비중을 높이고 있다.
주요 직배사들은 이미 DVD 출시편수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와함께 인터넷영화관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인터넷 등장이 프로테이프산업을 위축시킨 만큼 인터넷을 통해 이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화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등 사업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영화제작 참여는 심화되고 있는 판권구득난을 해소할 수 있는 데다 투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테이프산업은 긴급한 정부지원이나 육성전략이 반드시 마련돼야 할 분야로 보기 힘들다.그렇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 업종다각화나 사업고도화를 통해 수익성확보에 나서야 할 때다.
◇음반
지난 97년 41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던 국내 음반시장은 98년 시장규모가 3500억원으로 감소하면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800억원으로 다소 나아지는 듯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황이 고착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편집음반 판매증가외는 뚜렷한 현상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나와있는 수십 곡의 음원을 묶어 판매하는 편집음반은 단독 앨범 판매를 가로막는 부메랑으로 작용, 시장환경을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불황 고착에 직면해 있는 음반산업은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 음반사들의 입지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대기업의 음반사업 포기 이후 외국 직배사들이 가요제작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음반시장부분 개방이후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또 낙후된 음반 유통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격정찰제 도입 등이 추진됐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불법복제가 만연하는 기존 제작 및 유통시스템은 거의 변화가 없다.
이와 함께 음반수요층이 10대로 바뀌면서 시장과 업계의 구도에도 큰 변화를 안겨주고 있다.
신세대스타를 내세운 도레미레코드, SM기획 등 신흥 음반사들의 입지가 강화된 반면 지구, 오아시스 등 오랜 전통의 음반사들의 명성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다.
또 판매량 100만장을 넘기는 ‘밀레니엄 셀러’ 음반이 증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에 따라 산업도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LP 퇴출이후 음반의 주종을 이룬 카세트테이프에 이어 CD가 급부상한 것.
지난 99년 전체 음반 발매량의 35%에 불과했던 CD는 올 상반기 50%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 상반기 발매된 음반 1500만장 가운데 720만장이 CD가 차지하면서 전년 동기대비 무려 46%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와는 별도로 DVD가 새로운 음반매체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PC통신,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 및 유통도 해결돼야 할 현안과제다.
그러나 국내 음반산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새로운 불법복제의 수단으로 인식돼온 인터넷이나 PC통신은 보호기술만 적용한다면 새로운 유통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주요 음반사들은 이에 관심을 갖고 디지털음악 웹사이트 개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물론 디지털음악에 대한 저작권 권리규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내년 시행을 목표로 관계 시행령을 마련중이어서 관련업계의 기대는 적지 않다.
아울러 불황이 고착된 국내시장에 머물지 말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노력도 시급하다.
지난달 예당이 일본업체와 3000만달러 규모의 음반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음반업계에 우리도 음반수출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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