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최문기 그리드포럼 의장

 월드와이드웹(www) 시대가 저물고 있다.

 www를 대체할 새로운 인터넷 이용 체계로 그리드(GRID)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드는 지리적으로 분산된 고성능 컴퓨터, 대용량 데이터베이스와 첨단장비 등 정보통신 자원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서로 공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정보통신 인프라 서비스다. 한마디로 www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98년 미국이 슈퍼컴퓨터 프로젝트의 하나로 처음 제안한 그리드는 유럽·일본 등 각 나라에서 미래 기술의 하나로 손꼽고 상용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정부가 ‘차세대 인터넷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 그리드 기본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5일 이 계획을 주도할 그리드포럼코리아가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최문기 교수(50)가 포럼 초대의장에 선임됐다. 포럼 의장은 장차 한국의 차세대 인터넷개발을 이끌 수장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

 초대 포럼 의장을 맡은 최문기 교수는 그리드에 대한 안팎의 높은 관심을 의식해서인지 ‘부담스럽다’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겸손의 표현일 뿐 최 의장은 초대의장으로 손색이 없는 경력과 연구업적을 가지고 있다.

 그는 통신·컴퓨팅·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몇 안되는 실력있는 전문가로 꼽혀왔다. 특히 통신네트워크 분야에서는 수많은 연구실적이 말해주듯 국내 통신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응용수학과,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를 거쳐 미국 칼로리나 스테이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만 20년 넘게 근무한 정통 엔지니어다. 책임연구원을 시작으로 통신망 연구실장, 광대역 연구부장, 초고속 정보통신연구부장, 인터넷기술연구부장, 통신시스템연구단장 등을 두루 거쳤으며 배재대학교와 전북대학교 겸임교수로 활동해 학계에서는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다. 지금은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에서 정보통신시스템과 인터넷 응용 경영론을 강의하고 있으며 연구기획처장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계의 마당발로 불릴 정도로 대외활동 역시 왕성하다. 한국통신학회, 정보보호학회, 대한산업공학회, 한국경영과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국제통신연합(ITU) 연구분과위원회 의장을 맡아 국제 통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최 의장은 그리드 역시 출발은 네트워크라며, 포럼은 조기에 그리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하는 미들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리드는 정보기술뿐 아니라 나노기술·환경기술·생명공학기술이 마치 격자라는 그리드 의미 처럼 짜임새 있게 얽히고 설켜야 완성될 수 있습니다. IT 전문가뿐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가 공동으로 힘을 합칠 때 비로소 그리드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포럼은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를 최대한 유도해 워킹그룹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리드 포럼은 그리드 네트워크, 그리드 미들웨어, 응용프로젝트 등 3개 워킹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각 워킹그룹은 그리드 기술 동향 파악·분석·정보 제공, 국제 그리드 활동 참여, 그리드 응용과제 개발 지원과 기술 제공, 그리드 표준화 활동과 표준안 연구와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포럼 설립의 가장 큰 목적은 하루 빨리 연구성과를 가시화해 국가 그리드 체계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조직내에 실제 연구를 수행하는 전문가 중심의 워킹그룹을 활성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워킹그룹에는 이미 전산유체역학·고에너지물리학·바이오 등 애플리케이션 부분, 그리드 툴킷 등 미들웨어 부분 , 네트워크 관리분야 등 21개 그리드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그는 포럼의 또 하나 중요한 사업은 그리드 연구의 방향타를 잡는 것과 국제무대에서 그리드 표준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리드포럼코리아가 전체 사업 중 역점을 두는 분야가 표준화입니다. 그리드 표준은 아직 세계적으로 초기 연구단계라는 점을 감안해 정보통신표준협회·전자통신연구원·한국전산원 등을 중심으로 산·학·연 전문가와 협의해 표준을 만들어 나갈 방침입니다. 포럼은 이렇게 개발된 표준안이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활동을 벌여 나갈 계획입니다.”

 최 의장은 포럼코리아가 세계그리드포럼(GGF)의 국내 카운터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그리드 프로젝트를 이끄는 산파 역할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리드포럼코리아에는 이미 인터넷 장비업체·컴퓨터 제조업체 등 산업계, 정보통신·전산학·생물학 등 학계, 정부출연연구소 등 140여 기관에서 500여명이 회원으로 신청한 상태다. 또 국내 그리드 프로젝트의 연구성과가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미국·독일·일본 등에서 잇따라 공동사업을 제안하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을 이끄는 사령탑으로 최문기 의장이 어떻게 ‘그리드코리아 호’를 진두지휘해 나갈지 정부와 학계·산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사진=정동수 기자>

 

 주요 경력

 △51년 4월 생 △74년 서울대 응용수학과 학사 △79년 미국 노스칼로리나 스테이츠 대학 박사 △78년∼9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터넷기술연구부장, 통신시스템연구단장 △94년∼96년 코리아인터넷그룹 의장 △98년 배재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 △99년∼ 현재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01년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 총장직무대행 △2001년∼ 그리드포럼코리아 초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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