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핸즈프리가 주는 교훈

 정부가 8월과 11월 두 차례나 운전중 이동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시기를 유예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핸즈프리산업이 정부의 본격적인 단속을 며칠 앞두고서도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처음 입법당시 서슬 퍼렇던 정부의 방침이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면서 이제는 특수를 생각하는 핸즈프리생산업체들은 거의 없다. 사업명맥만 제대로 유지했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핸즈프리 시장이 무한한 기회를 가져다 주는 사업으로 믿고 뛰어들었던 기업들은 별다른 이유없이 두 번씩이나 시행을 연기하는 정부의 정책에 불신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처해 있는 이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경찰청은 당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하다는 문제인식에서 법제화를 서둘렀고 세부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해 왔다. 그러나 경찰청은 지난 7월 27일 홍보 계도기간이 짧고 시민들이 단속기준을 잘 몰라 단속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어 단속시기를 유예했다. 하지만 지난 석달동안 단속과 관련해 보완된 제도나 달라진 점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실제 경찰청은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단속을 불과 보름 남긴 지난 15일께에도 이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 놓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운전중 이동전화사용 금지법이 단속보다는 계도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 소비자들이 추가구매를 하지 않을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중처벌을 주고 보험처리에서 혜택을 줄이는 형태의 사후대책에 경찰청의 단속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최근 들어선 운전을 하면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될 대목이다.

 문제는 국민의 이익과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 아닌 폭력에 대해서도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만을 믿고 뛰어든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하나둘씩 정부를 원망하면서 사라져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정책 입안자들의 말 한마디가 많은 기업들의 앞날을 좌우한다는 것을 이번 핸즈프리사건으로 다시한번 마음속 깊이 되새겨 볼 때이다.

  

 <생활전자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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