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진정한 자산은 무엇인가

 ◆손영진 한국BMC 사장 young_jin_son@bmc.com

 

 어느 날 퇴근하던 중에 길을 파고 수도관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는 것을 구경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갔지만 필자는 그 상황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수도관을 강관으로 교체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기존 노후된 관의 균열로 인해 생기는 물의 낭비 및 병균 등의 침입을 막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고서나 공청회 같을 것을 들은 기억은 전혀 없다. 물론 깨끗하게 갈아치우면 좋기는 할 테지만 모든 것을 가격대비 성능으로 따져보면 강관 사업자들 이외에는 마냥 좋기만한 탁월한 선택은 아닌 듯하다. 늘 수돗물에 문제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는 우리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모두 강구하고 싶겠지만 가장 적절하고 투자대비 효과가 큰 방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고도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가지게 된 병폐 중의 하나는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것을 개발하기보다 다른 이들이 선택하는 것을 너도나도 따라가는게 아닌가 싶다. 어느 누군가가 이게 좋다더라 하면 유행이돼 퍼지는 것이다. 수도관 교체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의 영역은 물론 기업, 가정에서도 이러한 점들은 거의 똑같이 드러난다. 한가지 문제가 생겼을 때 이것에 가장 알맞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수도관을 몽땅 바꾼다든지, 문제가 있는 토양을 통째로 갈아 엎어버린다든지 하는 ‘모 아니면 도’식의 문제 해결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체를 갈아엎거나 땜질하듯 겉으로 드러난 것만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곳에 이상이 생겼는지 알아내고 이러한 문제가 생긴 원인 및 결과를 적절하게 풀어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록 비용과 시간이 일정하게 투입되더라도 이 방식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본다.

 필자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시스템 관리 솔루션(SMS)을 판매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서 이런 것이 발생되었는지 치밀한 조사 없이 시스템을 통째로 갈아버리거나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찾는 점이 바로 위와 같은 경우였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어떤 고객들은 SMS를 도깨비 방망이인 양 설치만 하면 모든 걸 다 해결해 주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SMS는 매우 다양한 제품군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의 전반적인 상황을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시스템 관리도구를 묶어서 관리해 주기도 하며 시스템을 언제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권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리 도구의 채용은 대부분 생산성의 향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시스템 관리 도구는 도깨비 방망이와 같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고객에게 늘 “SMS는 만능이 아니다. 이 제품이 당신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이 도구에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농업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또한 정보시대로 넘어오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다면 제품을 새로 구매하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또한 최근 국내의 모 항공사에서는 자신의 회사의 비행기의 기령(비행기의 연령)이 세계에서 가장 젊다고 광고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새 제품이 더욱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은 비행기는 정비를 철저히 한다면 자신의 수명만큼은 거뜬히 탈 수 있으며 세계의 유수 항공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진정한 자산은 얼마만큼의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매출액이 얼마나 되느냐는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조직의 각 구성원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과 경험이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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