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트와 범용부품에 치우치던 국내 전자산업의 중국진출은 점차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기술 제품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대중국 사업이 날로 고도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전자산업이 상당 수준에 올랐음을 뜻한다.
◇활발해진 첨단기술 제품의 대중 진출=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진출은 올들어 부쩍 늘어났다. 주로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반도체업체들과 장비업체이며 점차 소자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앰코테크놀로지·칩팩·ASE 등 국내진출 다국적 반도체 패키징업체들은 최근 상하이를 중심으로 신규 라인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거나 추진중이다. 초기엔 국내 노후 라인을 옮기는 형태였으며 내년 이후 설비확충도 대부분 중국공장에 집중했다. 이미 진출한 삼성전자 쑤저우 반도체 조립공장도 올해 한 차례 설비를 확충한 데 이어 지속적으로 설비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중국의 반도체투자가 활발해지자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최근 중국시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신성이엔지·케이씨텍·삼성테크윈 등 주요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현지사무소 또는 협력사를 통해 활발한 수출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풍산테크 등 국내 30개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로 구성된 중국시찰단을 오는 30일부터 상하이·베이징에 보내 현지 업체와 상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일부 업체는 현지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더욱 진전된 대중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소자업체의 중국진출도 부쩍 활발해졌다. 이미 중국시장에서 성과를 올린 하이닉스가 현지 판매법인을 확충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다음달께 현지 판매법인을 신설,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들어갈 계획이다.
브라운관·PDP 등 디스플레이와 고부가가치제품인 RF부품업체들의 대중 진출도 활발하다.
삼성SDI,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중국을 제2의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올들어 국내 브라운관 생산설비 상당수를 중국공장에 이전했으며 PDP 등 첨단 제품의 중국 현지공장 설립도 추진중이다.
RF부품업체도 최근 중국 현지업체와 합작해 현지 통신부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WTO가입으로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중국을 놓치지 않기 위한 것. 반도체만 해도 중국은 지난해 210억달러, 올해 240억달러로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나 미국, 유럽, 일본, 아시아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유독 중국만은 커지면서 이르면 내년께에 15%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전망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높아진 관심=중국에 대한 한국의 높아진 관심만큼 중국의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중국은 시장에 관심을 둔 우리와 달리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1차 대상은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하이닉스. 무산되기는 했으나 중국의 퉁팡전자는 하이닉스의 TFTLCD사업부의 인수를 추진했었다. 또 중국정부와 반도체업체들이 공동 컨소시엄으로 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과 기술 일부를 인수하려 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정부는 삼성전자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해오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도체와 첨단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벌어질 대로 벌어진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최대한 좁히겠다는 의도다.
중국정부는 2005년까지 자국 반도체 수요의 30%, 2010년까지 50%를 국산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 아래 반도체 칩 제조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칩 수요는 지난해 120억개로 16%만 중국 내에서 생산됐다.
중국정부는 반도체 제조업체에 적용하는 부가가치세를 제조업 최저수준으로 낮추고 40%의 세금을 환급시켜주는 등 파격적인 우대정책을 준비중이다. 또 반도체 전문 투자회사도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물론 중국이 첨단 부품분야에서 한국의 벽을 넘기엔 벅찬 상태다. 그렇지만 세계 최대의 시스템 수요와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민간의 열의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그 벽은 예상보다 빨리 무너질 수도 있다.
올들어 부쩍 잦아진 국내 첨단 부품업체들의 대중 진출 행보는 역으로 이러한 조바심의 발로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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