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막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거나 문제가 어려워 풀지 못할 때는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옛 은사가 입시공부에 쫓기던 제자들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자신의 실력과 문제의 본질파악은 외면한 채 눈앞에 닥친 문제풀이와 점수올리기에만 집착하다 보면 사태는 현상유지는 고사하고 더욱 악화되고 만다.
요즘의 벤처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이 이와 같지 않을까. 수년전에 비해 벤처지원정책은 손으로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화려하고 다양해졌다.
각종 창업지원제도에서부터 벤처투자펀드의 결성규모, 코스닥 등록이나 인수합병 관련제도 등은 하루가 다르게 개선·정비되고 있어 벤처산업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벤처산업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A사장은 보안솔루션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설립한 지 일년이 채 안되는 신생업체지만 1년차부터 수익이 나고 당기순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창투사의 벤처자금은 절대로 받지 않을 생각”이라는 그 앞에서 벤처자금의 타당성을 강조하던 필자는 머쓱해지고 말았다.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품게 됐을까.
아마도 주변에서 좋지 않은 경우를 여러차례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은 진정한 동반관계가 될 수 없는 것일까. 단지 서로가 당면한 이기적인 욕구, 즉 돈(capital)을 매개로 맺어진 ‘적과의 동침관계’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음성인식기술을 개발한 B사장은 창업직후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해 최근 코스닥 등록을 준비중이다.
그야말로 창업에서 코스닥 등록까지 전 과정에 걸쳐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아 빠른 시간에 성장했다.
“아마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벤처캐피털과 좋은 동반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첫째가 상호 신뢰감이 아닐까요.”
맞는 얘기다. 이 경우는 신뢰라는 원점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벤처캐피털이 미래 성장가능성보다 단기사업실적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국내 자금시장의 현실을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이러다 보니 최근엔 단기간에 내수중심의 매출이 가능한 영화나 게임업체 등에 벤처자금이 몰리고 있고 당연히 신생 IT벤처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마치 힘센 닭이 어린 닭을 쫓아내고 모이를 독점해 어린 것들은 성장의 기회조차 맛보지 못하고 굶어 죽는 현상(pecking order)이 빚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초기 IT벤처가 자라날 토양이 황폐화돼 장기적인 IT산업 육성에 커다란 위험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기준과 신생 IT벤처기업 육성역량을 동시에 갖춘 전문펀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초기 펀드형성과정에서는 정부차원의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또 기술 및 시장의 생명주기가 빠르게 진화하는 IT산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벤처캐피털과 전문 인큐베이터가 공동으로 펀드운영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벤처가 어렵고 모두가 벤처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때, 원점에 서서 바로 2∼3년후의 결실을 기대하며 벤처 꿈나무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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