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코리아>(12)게임산업 `빛과 그림자`

국내 게임산업은 종종 ‘엘도라도’로 비유된다.

 장기불황으로 IT산업이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든 올 상반기에도 게임산업은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돌파,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170%나 쾌속 성장했다. PC게임 역시 92% 성장한 81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소장 성제환)가 발행한 ‘200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규모는 지난해 8358억원에서 올해는 1조113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게임백서’는 매년 적어도 20% 이상의 고공비행을 지속, 오는 2005년께면 국내 게임시장이 2조원대의 ‘황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별로는 한해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업도 속속 탄생할 전망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서비스하고 있는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매출 5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까지 750억원을 넘어서는 등 게임업체 최초로 매출 1000억원대의 신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7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한빛소프트도 내년이면 1000억원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매출 100억원 돌파가 화제가 됐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많은 돈과 사람이 게임업계로 몰리고 있다. 벤처캐피털·창투사 등 투자기관이 수백억원대의 뭉칫돈을 게임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은 예사다. 최근 한 유망 게임업체 신입사원 모집에 5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미 국내 게임업체는 1000여개에 달하고 한달에 수십개의 신생업체가 생기고 있다. 최근들어 타 분야 중견기업이 게임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게임벤처를 인수합병하거나 사업부를 신설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게임산업이 21세기 최고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산업의 전망이 무조건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뒤에 반드시 조정기를 거친다. 국내 게임산업 또한 이러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PC게임의 경우 올 3분기에 접어들면서 지난해 동기보다 17% 가량 성장하는 데 그치는 등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온라인게임 역시 선두업체들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신호탄”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한다.

 실제 업계에서 피부로 느끼는 감은 이보다 더하다. 업소용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제로성장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내년쯤에는 PC게임시장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지나친 경쟁에 따른 채산성 악화는 한껏 달아 오른 시장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배경에는 국내 경기침체가 한 몫 하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국내 게임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수시장 위주로 형성돼온 국내 게임산업이 지난 몇년간 고도성장을 통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더욱이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의 구조가 아케이드나 PC게임 중심으로 양적성장만을 거듭하며 신규시장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457억달러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업소용 게임이 267억달러로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비디오게임이 138억달러로 30%를 차지한다. PC게임은 6%, 온라인게임은 5%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 게임시장은 2000년을 기준으로 아케이드 61%, 온라인게임 22.9%, PC게임 13.9%, 비디오게임 1.5% 순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온라인게임분야의 매출비중이 높은 것은 차별화전략차원에서 고무적이지만 전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디오콘솔분야에서는 국내업계가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비디오게임은 오는 2003년까지 245억달러 규모로 두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각광받는 차세대 플랫폼이다.

 우리에게 미개척지나 다름없는 비디오게임시장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기가 더욱 힘들어지는 셈이다. 다행히 내년부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등 비디오콘솔게임기가 국내에 정식유통되고 국내 게임업체들도 서드파티로 참여할 예정이어서 이 시장이 개화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PDA·모바일 게임분야에 대한 수요창출도 시장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구조 고도화와 함께 활발한 해외진출도 급선무다.

 PC게임의 경우 내수시장 규모가 전세계 시장의 4.3%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시장만 놓고 보면 10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20∼3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게임의 완성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우리 업계의 고질병인 기획력과 마케팅의 부재를 타개하기 위해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현실적이고 공세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인력육성, 게임전문투자조합 운영 등 게임산업의 장기적인 비전을 밝힐 수 있는 지원책 개발에 유관부서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그동안의 규제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게임을 산업적 차원에서 육성하는 마인드로 재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국가전략산업으로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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