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리포트를 도서관에서 책을 뒤져가며 쓰나요?”
PC와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대학생들의 리포트가 형식적인 일이 되고 있다.
전남대 건축과의 박모씨는 최근 저녁 늦게까지 친구와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리포트가 2개나 있다는 것을 깜박했다. 박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공과목 리포트를 부랴부랴 쓰고 교양과목 리포트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넘으면 리포트를 받지 않는 담당교수의 방침을 떠올리고는 인터넷에 접속,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인터넷을 뒤져 대강 자료를 찾고 이 자료를 짜깁어 리포트를 작성, 제출했다.
이 같은 일은 최근 대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이야기다.
박씨는 “리포트 내용이 어렵거나 시간에 쫓길 때는 인터넷을 뒤져 짜깁거나 그냥 베끼기도 한다”며 “어차피 리포트야 형식적이고 제출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나마 전공과목 리포트는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수백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교양과목의 경우 교수가 일일이 리포트를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학생들의 생각 때문에 리포트 짜깁기는 더욱 심한 편이다.
전남대 정보통신학부 최모씨는 “교양과목의 경우 수강생이 백명이 넘는데 학생들의 리포트를 꼼꼼히 읽는 교수가 얼마나 되겠냐”며 “밤을 새워가며 리포트를 써도 보람을 못느끼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 리포트를 대강 작성한다”는 심정을 털어놓는다.
이 때문에 열심히 리포트를 작성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허탈감을 느끼곤 한다.
장수철씨(전남대 법학과)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리포트를 쓰기 위해 도서관에 앉아 자료를 찾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인터넷의 발달과 보다 쉽게 리포트를 작성하려는 학생들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점차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며 달라진 리포트 문화를 꼬집는다.
이 같은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단순히 인터넷에서 자료를 퍼와 짜깁기를 하기보다는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을 지식을 쌓기 위한 매개체로 활용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리포트를 작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김연아씨(전남대 응용생물학부)는 “리포트 작성을 위해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인터넷을 뒤적이느라 날을 새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자료가 있기 때문에 리포트를 쓰면서 전에 알지 못하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전남대에 출강하고 있는 김영순씨는 “리포트는 학생들의 성적을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학생들에게 강의의 구체적인 이해와 지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인터넷의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독서와 토론 문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생각이 묻어나는 리포트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명예기자=이광빈·전남대 nar199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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