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달러에 숨겨진 노림수

 CDMA 원천기술 보유기업인 미국 퀄컴이 ‘브루(BREW)’라는 무선인터넷 미들웨어 플랫폼을 들고 다시 한번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한국의 ‘CDMA 신화’에 힘입어 일개 벤처에서 공룡기업으로 급성장한 퀄컴이 ‘브루’라는 플랫폼을 앞세워 제2의 신화 창조에 나선 것. 퀄컴은 최근 KTF를 필두로 국내 이동통신사를 대상으로 ‘브루’에 대한 로열티 협상을 물밑 추진 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현재 ‘브루’를 탑재한 일명 ‘브루폰’ 단말기 대당 1달러 전후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일견 수십만원에 달하는 휴대폰 가격을 감안할 때 1000원 남짓의 로열티라면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문제는 ‘브루’를 통한 퀄컴의 전략 속에 단돈 1달러에는 도저히 비견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파괴력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무선인터넷 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와 응용 솔루션을 손바닥 속의 단말기에서 간단히 구현해주는 핵심 소프트웨어로 컴퓨터의 ‘윈도’인 셈이다.

 퀄컴의 속셈은 바로 ‘윈도’로 세계 컴퓨터 시장을 제패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신화를 ‘브루’를 통해 재연하겠다는 것이다. 수많은 소프트웨어개발자들이 윈도에 목을 매고 있듯이 모바일 솔루션 및 콘텐츠개발업체를 ‘브루’ 아래 놓음으로써 하드웨어(CDMA칩)와 소프트웨어(브루)를 망라한 초우월적 지위를 누리겠다는 얘기다.

 간과해서 안될 것은 퀄컴이 CDMA칩에서 그랬듯이 ‘브루’에서도 한국 시장을 또다시 시험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국내 몇몇 대기업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KTF는 이미 ‘브루’의 데뷔무대를 제공했으며 최근엔 국내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까지 부화뇌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퀄컴은 그동안 한국에서 엄청난 부를 로열티 명목으로 챙겨갔다. 물론 퀄컴 덕에 우리나라는 ‘CDMA종주국’이란 명성을 얻었으며 이동전화 및 무선인터넷 강국이란 적지 않은 반대급부를 누리고 있지만 그동안 국내 관련 업체들은 철저하게 퀄컴에 종속돼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도 자립하기에 충분한 기술적 토대와 공급 기반을 갖추고 있다. ‘GVM’ ‘SKVM’ ‘MAP’ 등 ‘브루’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순수 토종 플랫폼들도 즐비하다. ‘제2의 퀄컴 종식인가, 아니면 퀄컴으로부터의 독립인가’의 선택은 분명 퀄컴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인터넷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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