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계는 방송이 시작된 지 6년째인 올해 최대의 혼란기를 맞고 있다.
과거 IMF로 인해 한차례 혹독한 시련을 겪었던 케이블TV업계가 이번에는 개방과 자유경쟁이라는 새로운 방송환경을 맞아 일대 혼선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는 그동안 전체 시장을 케이블TV방송국(SO)과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이 사이좋게 나눠 갖고 각자의 지역에서 중계유선과 경쟁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중계유선방송이 SO로 전환되고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PP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방송환경이 180도 바뀌었다.
이로 인해 SO와 PP들은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새로운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다채널·다매체를 무기로 내세운 강력한 경쟁사업자인 디지털위성방송이 등장함으로써 외우내환에 시달리게 됐다.
이로써 케이블TV방송계는 위기의식에 휩싸이게 됐다.
케이블TV업계 내부 문제는 우선 중계유선방송의 SO전환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법정공방을 들 수 있다.
기존 SO업체들은 방송위원회가 중계유선의 불법방송 근절과 케이블TV의 자체망 소유 등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계유선의 SO전환을 허가해줌에 따라 기존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O업계는 이에 따라 방송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방송위가 이같은 전제 조건이 이뤄진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방송위가 조건을 들어주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PP와 SO 사이에서도 그동안의 공조관계가 무너지면서 서로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SO들은 그동안 관행으로 돼 왔던 PP와의 단체계약을 개별계약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쟁력 없는 PP들은 채널을 배정받지 못하게 됐으며 채널을 따내기 위한 PP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PP들이 그동안 프로그램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던 SO들에 프로그램 공급을 중단하는 등 극단적인 대립도 벌어지고 있다.
케이블TV업계와 위성방송 간의 갈등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SO업계는 위성방송이 공시청 유선방송(SMATV)을 설치하고 수신기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위성방송측이 SMATV를 이용해 방송을 송출하는 것은 기존 케이블TV의 사업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며 수신기 보조금은 공정거래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위성방송 측은 SMATV방식에 대해 케이블TV업계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수신기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는 이처럼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인 대화와 타협 노력과 함께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정책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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