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 Music]향기와 감촉이 있는 멜로 `잎새`

 가을 극장가가 뜨겁다.

 우리 영화의 제2전성시대를 확인케 한 ‘친구’의 뒤를 이어 ‘신라의 달밤’과 ‘조폭마누라’가 새로운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조폭’이라는 테마를 갖고 ‘흥행성공’이라는 우리 영화의 명맥아닌 명맥(?)을 이어온 작품들이지만 아쉽게도 다양성을 간절히 바라는 많은 마니아들에겐 적지 않은 실망감도 안겨주고 있다.

 올 가을 최대의 화제작 ‘무사’도 예외는 아니다. 연말에 개봉될 신승수 감독의 또 다른 화제작 ‘아프리카’도 여갱단의 무차별 폭력을 그리고 있다.

 최근 등장한 ‘봄날은 간다’와 20일 개봉될 ‘잎새’는 조폭과 폭력에 물린 마니아들에겐 큰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작품들이다 .

 이 가운데 ‘잎새’는 ‘그 나물에 그 반찬’이라는 배우기근현상에서 야기된 ‘똑같은 인물’ 출연에서 과감히 탈피한 작품. 모두가 신인들로 구성된 신선함이 묻어나면서 마니아들의 관심도 그만큼 증폭되고 있다.

 제작자를 비롯해 감독,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 배우 모두가 신인 일색이다. 이 영화를 만든 영벤처도 최근 설립된 벤처기업이다. 이종필 제작자는 얼마전까지 증권사 중간 간부로 근무했던 영화광이었으며 조감독만 맡아온 김정식은 이 작품이 첫 감독 데뷔작이다.

 남자주인공역을 맡은 박정철과 여주인공을 맡은 최유정도 CF에 출연한 경력을 빼고 나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신인들이다.

 아마추어 초보들이 충무로에 뛰어들면서 만든 그야말로 풋내가 솔솔 풍기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품성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동아수출공사와 날개달린 영화가 각각 배급과 마케팅을 맡고 있을 정도며 전국 40개 극장에서 동시개봉될 예정이다. 객관적으로 작품성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서울 창신동의 전신주 수리공인 민규는 어느날 남동생을 찾기 위해 전신주에 전단지를 붙이는 다혜와 마주친다.

 소외받는 계층에 대한 따뜻함을 가진 민규는 다혜가 퇴행성 시력 이상으로 눈이 멀고 있다는 것과 그녀가 몸을 팔아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그의 동정심은 이내 사랑으로 바뀌어간다.

 다혜는 시간이 흐를수록 눈이 멀어가고, 보다 못한 민규가 다혜를 병원에 입원시키지만 병원비가 없어 고민한다.

 민규는 급기야 강도짓으로 수술비를 마련하는 한편 병원 의사를 협박해 자신의 안구를 이식하는 수술을 하도록 한다.

 수술후 다혜는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민규는 두 눈을 잃고 교도소에 수감되는데….

 내용이 다소 진부한 느낌의 최루탄형 멜로물같지만 결코 슬프지 않은 따뜻함이 배어 있다. 짧고 가벼운 사랑, 어찌보면 그건 사랑놀음에 불과한데도 이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주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