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매트릭스 "HP-컴팩 합병 취소하라" 요구

 여걸 피오리나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99년 7월말 HP의 최고경영자에 오른 그녀는 CEO 취임 이후 최대 모험 이라 할 수 있는 컴팩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그러나 월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이번에는 대주주로부터 합병취소 요구를 받고 있다. HP의 대주주인 기관투자가 매트릭스가 최근 HP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주가 추락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으니 컴팩과의 합병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취임 이후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고 주가도 급격히 하락하자 피오리나는 이에대한 타개책으로 몇건의 굵직한 인수 합병에 손을 댔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인수를 추진했으며 최근에는 IT 시장의 캐시플로(효자 사업)인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컴캐스트 인수에 나섰었다. 그러나 이들 두 인수건은 모두 그녀에게 좌절을 안겨줬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중인 컴팩 인수마저 실패로 돌아갈 경우 그녀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치명적인 손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런데 이조차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형투자가인 매트릭스는 컴팩에도 보낸 서한에서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쟁업체에 대한 시너지 효과도 미미하다”며 합병 취소를 촉구했다. 뉴욕에 소재한 매트릭스는 HP의 주식 53만1000주와 컴팩의 주식 82만6000주를 가지고 있다.

 매트릭스는 “경쟁이 날로 심해가는 IT시장에서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여러분의 선택은 매우 대담한 것으로 존중할 만하다”고 언급한 뒤 “하지만 이러한 대담성과 맞먹는 합병 취소라는 또 다른 대담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HP와 컴팩의 주가는 합병 발표 당시인 9월 3일과 비교하면 각각 22%와 20%씩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250억달러에 달했던 당시 합병 규모도 현재는 196억달러로 54억달러나 줄어들었다. HP와 컴팩의 주가는 각각 18달러선과 9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매트릭스 최고투자임원 데이비드 캐츠는 “HP와 컴팩의 경쟁사인 델컴퓨터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이 양사 합병 발표 소식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합병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인 감원은 오히려 사기 저하만을 불러올 뿐”이라며 합병추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합병사의 최고경영자로 내정된 피오리나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합병 취소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영업 출신인 피오리나가 과연 두개의 다른 기업문화를 신속하고도 완전하게 통합시킬 역량이 있느지 의문을 제기하며 이번 합병 추진이 그녀의 자리 보존 여부를 결정 지을 최대의 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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